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최재원 Jul 22. 2018

왜 음악 마케터는 리트릿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두 가지 행복

'뮤직과 리트릿(retreat)의 공생'



저는 3년 전에 밴드 음악이 만들어지는 걸 돕고, 마케팅하는 A&R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 전에는 광고 캠페인 기획하는 AE였죠. 그런데 지금은 도시인들을 휴식하게 만드는 리트릿(Rertrea) 프로그램 '라이프쉐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짜릿한 감동의 순간을 쫓아는데요. 왜 지금은 여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까요?


애당초 인생이라는 걸 가늠해 본다는 게 어불성설이겠지만, 더 이상 이대로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안될 것 같아 한번 되짚어 봅니다. 지난 몇 년간 제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여름과 잘 어울리는 밴드 'DAYBREAK' 함께 일했던 순간이 영광이었죠 / 출처 데이브레이크 페이스북




클럽과 산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들



홍대의 한 음반 레이블에서 마케팅 일을 하며, 부업으로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했었어요. 직업 때문인지 저희 집에 딸린 작은 창고방에는 많은 해외 뮤지션들과 힙스터들이 왔습니다. 유럽에서 온  DJ, 다양한 뮤지션들, 히피들, 캠퍼들, 패션 피플, 댄서 등 이색적인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죠. 체크인 전부터 서울의 온갖 핫한 클럽을 물어보는데 열을 올리는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또 다른 신기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클럽을 찾는 열정과 동일한 크기의 에너지로 인근에서 갈 수 사찰과 산. 자연을 찾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좋아해서!'는 말이 돌아옵니다. 

 '아니 왜 베를린에 살고 주말에는 함부르크에 가서 EDM을 튼다는 DJ가 왜 절(temple)을 물어보지??'


고정관념이었지만, 저는 그때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만, 패션을 좋아하는 패션만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음악과 밤문화를 멋지다고 생각은 동시에 명상과 동양적 성찰의 문화를 쿨한 문화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진지하게 절에 가서 며칠 머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그들의 눈빛은 진심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이봐, 부채춤은 좀 춰봤나?'





나랑 라이프쉐어 할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도 그들의 마음을 완연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순간의 감동을 쫓고, 뜨거움을 찾았던 제게도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10대, 20대 내내 하고 싶었던 드림잡(dream job)을 지금 하고 있으면서도 불평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건조하게만 버티고만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운명처럼 독일에서 온 가정의학과 학생 루카스가 제게 말을 겁니다. '나랑 라이프쉐어 할래?' 룸쉐어는 들어봤는데, 대관절 라이프쉐어(life share)가 무슨 말일까요? 알고 보니 짧은 시간 동안 낯선 사람끼리 인생에 깊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대화법이었어요 


'넌 나중에 뭘 하고 싶어?'. '지금 가장 두려운 게 뭐야?', '가족과는 어떻게 연결되어있니?' 술 한잔 먹지 않고 그런 대화를 한다는 게 너무 낯설었죠. 하지만 진지한 루카스의 태도에 저도 모르게 그 낯선 대화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생각들을 입으로 꺼내면서 마음이 정리가 되고,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공감을 하기도 했죠. 


생애 첫 라이프쉐어였던 루카스와의 3시간은 13분처럼 훅-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마치고 나니 느낌이 이상합니다. 마음이 한결 개운하고, 딱딱한 얼굴 근육이 부드러워졌습니다. 게다가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타국의 190cm의 파란 눈 외국인이 마치 고향 동생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루카스 "응 나 불렀어?"





회사에서는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는 약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나 스스로에게는 인정하기 싫어서, 들춰보기 보기 싫어서 내뱉지 못했던 말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있는 외국인들은 정말 멋진 상대였죠. 낯선 타인과 나누는 라이프쉐어는 점점 일상에 큰 부분이 되었어요. 


재원 : 이런 고민이나 하고 있다니 난 정말 별로인 것 같아.
킬로 : 아냐 재원. 걱정 마. 우린 웬만하면 다 별로야. 
재원 : 아.. 그래?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라이프쉐어의 시간이 쌓아갈수록 제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어요. 처음에는 다들 비슷하게 산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니 너무 일에만 몰입했던 제게 주었던 그 여백의 시간 자체가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2015년 6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지형 TEA PARTY with 빈브라더스' / 출처 빈브라더스




두 가지 행복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지난 몇 년 간의 저의 변화를 잘 정리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영상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인생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행복이 있다고 했어요. 하나는 즐기는 향휴하는 쾌락에 가까운 행복입니다. 이는 Yolo 'you only live once'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그 안에는 어차피 우리는 한 번 산다. 인생은 짧으니 즐기자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좀 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성찰하는, 의미를 추구하는 행복이었습니다. 이것은  Yodo(요도) 'you only die once'와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는 어차피 한 번 죽으니까 의미 있는 일을 하다 죽자고 생각하는 방향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의 행복은 공존하고 갈등하기도 한다고 해요. 욜로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인생이 짧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인생이 충분히 길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니 Yolo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Yodo도 함께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게 좋다는 메시지를 주셨죠. 인간은 원래 이 둘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요. 





 Yodo에 대한 니즈


저는  Yolo의 삶을 살았습니다. 매번 가슴이 뜨거운 곳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최고인 줄 알았죠. 그래서 열심히 눈 앞에 순간의 감정을 쫓았어요. 하지만 Yolo가 현실이 되면 다른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 상상과 달라 좌절하게 하는 순간들. 여러 관계 등등 좋게만 봤던 꿈의 이편에는 견뎌야 하는 많은 것들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죠. 


"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삶은 행복하지 않지?" 


그때 나를 성찰하고, 안 좋은 점 보단 내 곁의 아름다움을 살펴주고,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Yodo의 자세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라이프쉐어를 하며 내 안에 숨겨져 있던  Yodo-성찰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게 되었습니다. Yolo와 Yodo는 애초에 공존했어야 하는 것인데, 이전까지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조용히 라이프쉐어 캠프를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는 중




라이프쉐어 캠프


낯선 대화와 작은 여행으로 나를 돌아보는 '라이프쉐어'를 발견하게 되면서 제 일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책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를 쓰고, <라이프쉐어 캠프>를 만들었습니다. 외국인 여행객들과 2년 동안 라이프쉐어 나눴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외국인이 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소도시에 모여 1박 2일 동안 밤새 인생 토론을 나누는 캠프였죠. 많은 사람들과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살 고 있는지, 요즘 나와의 관계는 어떤지, 나는 어떤 기로에 있는지, 누구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라이프쉐어에서 뜨거운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Yodo를 추구하는 밤들이었죠. 참가자분들의 뜨거운 후기를 보며, 점점 '라이프쉐어'가 앞만 보고 바삐 사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17년 8월 라이프쉐어 캠프
2017년 9월 라이프쉐어 캠프
2017 라이프쉐어 연말파티 @헤이그라운드




영상으로 담는다면? 



하지만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캠프는 항상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이곳에 와야지만 라이프쉐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이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캠프에 오지 않아도 귀로, 눈으로 라이프쉐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요.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남들이 라이프쉐어에서 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많은 치유를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멀쩡해 보이는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알 수 없는 위안을 주곤 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조금 더 서로에게 여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라이프쉐어의 뜻에 공감해준 영상 콘텐츠 기획사 제이펙토리를 만나게 되면서, 그 목표를 작게나마 이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라이프쉐어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10cm 권정열 님이 첫 게스트로 출연해주셨어요. 그와 라이프쉐어를 하며 진정으로 Yolo와 Yodo의 공존을 경험했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라이프쉐어 채널을 '구독'해서 앞으로도 계속 업로드되는 토크 콘텐츠들을 만나보세요. 





*10cm 권정열과 라이프쉐어 : https://youtu.be/dqkUXiCEXuA

라이프쉐어 대화카드를 들고 게스트를 직접 찾아가 라이프쉐어를 나눕니다.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제품으로 만들다



그리고 두 번째로 도전한 것이 라이프쉐어 대화카드의 상품화였어요. 라이프쉐어 캠프에는 누구나 쉽게 깊은 대화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라이프쉐어 대화카드가 있어요. 인생의 정수를 담은 질문 100개를 담아 서로에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장치였죠. 이것을 제대로 만들어 한글로 된 제대로 된 대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오랜 제작기간이 걸렸지만, 라이프쉐어 캠프 참가자들로 구성된 TF팀 하고 모두 함께 즐겁게 작업했어요. 완성된 [라이프쉐어 대화카드]를 최근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론칭했어요. 현재 펀딩 종료를 6일 앞두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펀딩에 참여해주셨어요. 다시 한번 라이프쉐어와 같은 성찰, 대화 프로그램이 많은 분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펀딩 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려요. 혹시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구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10종, 원하는 카테고리의 대화카드를 주고 받으며 상대와 라이프쉐어링을 이어가요
이렇게 
 혼자 쓰고 답하며 셀프 라이프쉐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에세이 노트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펀딩 살펴보기 : https://bit.ly/2zWef46





우리에게 사색이 필요한 이유


저는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고, 짜릿한 YOLO의 삶을 좋아해요. 하지만 일상의 여백을 주고, 내면으로 나를 돌아보고 가꿔주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그래서 여전히 좋은 음악, 멋진 감동을 쫓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나와 타인과의 깊은 대화를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알게 된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이런 가치를 계속해서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 콘텐츠를 만들던 제가 리트릿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 송인수 대표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은 사색과 여백 속에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일상이 없이 학원만 뱅글뱅글 돌게 만들어요.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너무 걱정됩니다."


혹시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스스로를 여유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또 어떤 라이프쉐어를 이끌어 낼지 기대가 되네요. 계속되는 인생의 어려움 속에 튼튼한 알맹이가 있는 제가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기] 라이프쉐어 캠프 '혼자를 꿈꾸는 사람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