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의 몽골 생활기
며칠 전부터 몸이 좋지가 않다.
머리는 '나는 적응 잘하고 있다고, 봐라! 지금 웃고 있지 않냐'고 태연한척 말하지만 이 주문같은 마인드도 한계가 있나보다. 며칠전부터 왼쪽 목과 어깨는 고개 돌리기가 어려울만큼 아프고, 오른쪽 허리에는 담이 왔다. 정말 하루하루를 의도치하게 상체를 꼿꼿하게 해서 다니고 있다.
한의원을 가려해도 무료진료해주는 한의원만 있다고 하는데 그 마저도 일주일에 두번 그리고 사람도 많다고 한다. 부황을 뜨려고하니 몽골은 국립병원에서 부황치료를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포기~ (아직 센베노와 바이시테만 아는 몽골사는 외국인이다...)
그래서 차안으로 택한 것이 안마이다. 한국말 잘하는 몽골지인의 도움을 받아 나름 가장 깔끔하고 괜찮다는 라마다에서 안마를 받았다. 혹시 몽골을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 여행을 통해 곰 세마리가 어깨에 있다면 이곳에서 안마 받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대부분이 패키지로 오시기 때문에 안마가 이미 프로그램에 있겠지만. 여튼 그렇게 해서 라마다를 알게되었다.
하지만.. 안마도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 침대에서 못 일어날 정도의 고통... 혼자 누워 끙끙거렸다. 자, 그래... 찜질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치료의 방법으로 사우나를 가기로 결심했다. 사우나가 여러 곳 있지만 내가 있는 곳과 가깝고 그래도 한번 가봤다고 왠지 친숙한 라마다 사우나를 선택했다.
사우나를 가기전에 혹시나 사우나 문화에도 차이가 있을까 염려가 되어 한국에 살아본 몽골 친구에 여기 사우나 문화가 한국이랑 다르니?하고 물어보았다. (베를린 여행 갔을 때 호텔 싸우나에서... 놀랬던 경험이 있기에..ㅎ 남녀가 함께쓰는 사우나였을 줄이야...) 그 친구는 없다고! 한국과 같다고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라마다에 도착 "Do you remember me?"라는 표현과 함께 사우나를 이용을 결제했다. 사우나는 2시간에 2만 투크릭이다. 드디어 입장!! 두둥... 아... 아니.. 왜 이리 작지?
온탕 하나, 냉탕 하나, 사우나 하나 있는 작은 사우나였다. 호텔 사우나라 다를 줄 알았는데... 한국 목용탕 것을 가져온 듯한 개인 사물함에 탈의한 옷을 넣고, 열쇠달린 고무줄을 팔목에 차고(감사합니다. 라고 써 있는... 진짜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사우나 입장!
몽골분 한분이 유일하게 손님으로 계셨다. 그분은 사우나에 계셨는데 1인에게 1개 지급되는 큰 타올을 살짝 두르고 계셨다. 그걸보면.. 왠지 모를 싸한 촉이 왔다. 그래서 나도 사물함에 가서 수건을 빼왔어 사우나로 들어갔다. 수건으로 하체를 살짝 가린 아저씨 앞에서 나만..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있기엔 너무 어색했기에.
어디든 사우나는 같다. 아저씨와 누가 먼저 나가나하는... 그런 유치한 기싸움을 알게 모르게 한거 같다. 아저씨는 한참후에 나가셔서 온탕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셨다. 흠~ 그렇구나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우나 정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단정한 옷을 입을 여자직원분이 안으로 성큼성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물밖에 내밀고 발장구를 치던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사우나안의 맥주병, 컵, 수건을 치우셨다. 나는... 사우나 안에서 얼음.... 살며시.. 나의 수건의 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래 태연한척 하는 거야.. 늘 있는 일처럼' 억겁같았던 찰나가 지나고 그분이 자리를 떠나셨다. 그때부터는 이 사우나 안에서 나는 수도 없이 뒤를 돌아봤다. 샤워를 할때도, 사우나를 이용할때도... 그리고 최소한의 보호를 위해 정문을 마주보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그 후엔.. 아무런 사건사고없이 사우나를 마쳤다. 물론 몸을 말리고 옷을 입을 때 엄청 눈치를 봤고, 결국 몸을 다 말리지도 못한체 옷을 입게되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어제 몽골과 한국 사우나의 차이가 없다고 말한 친구에게 나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말하니 그 친구가 "어 그건 원래 그래."라고 말하더라. 아 이건 너무 당연한거였던 건가? 한국에서 남자화장실에 아주머니가 청소하러 들어오시는 그런 것과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사우나 문화는 한 곳에서의 경험이기에 그것이 이곳의 사우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문화와의 마주침이고, 마찰이고, 적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