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포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단어
도전을 하는(혹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이라는 단어를 더하니
그 도전은 하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도전이 되는 것 같다.
즉, 포기하게 되더라.
포기라는 단어를 애써쓰기 싫어 효율성이라는 조금 멋진 표현으로 애둘러 말하지만
도전을 포기하게 되더라.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로부터 PDF 파일을 하나 받았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공고!! 두둥!
서울대학교 교수라.. 내 관심의 원, 영향력의 원 밖에 있는 단어이다.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는 나의 미래는 내가 그린 수많은 그림 중에는 없는 그림이다.
하지만 친구의 응원과 함께 그 공고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어쩜 이럴까?
교육공학을 학부, 석사에서 전공하고 박사과정 또한 유사전공으로 간 나는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나의 주요 연구영역 중 하나로 질적연구방법론을 탐구했다.
그 결과, 교육공학에 대한 논문보다는 (교육에서의) 질적연구방법론 활용에 대한 논문이 더 많다.
이러한 연구수행은 현재 교육공학쪽 잡을 구하는데는 그다지 매력적인 장점이 되지 않고 있다.
사실 교육공학 전공자로서는 약점으로 보일때도 많다.
이러는 와중에 이런 Fit이라니...
이 공고를 보고 사실! 내 안에 자신감이라는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 질적연구방법론 관련 가장 인지도 높은 저널 두곳에 내 논문이 실려있다(SSCI).
- 최고수준 저널은 아니지만 보통 수준의 저널에도 연구방법론 관련 논문을 한편 실었다.
- 질적연구방법론을 채택해서 수행한 논문이 최근 3년이내 3편이 있다.
- 교육에서의 질적연구방법론 활용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 한국대학교육에서의 질적연구 교육에 대한 논문을 한편 썼다.
- 양적연구관련 개인 컨설턴트로서 일을 했었고,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 빅데이터 분석 관련 기관에 포닥으로 근무하면서 빅데이터 분석가 양성 교육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은 저 포지션 지원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가 되었다.
"그래 내가 언제 서울대에 지원해보겠어! 인생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께 한번 지원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지원해보는거야!
그 다짐후, 하나하나 준비하였다.
바쁜 업무 안에서 이것들을 준비하면서 슬금슬금 부정적 생각, 도전을 방해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효율성이라는 옷을 입은 체!
- 서울대인데.. 과연 지방대 출신인 나를 뽑을까?
- 내정자가 있지는 않을까?(근거없이 혼자하는 생각)
- (거기에 생각이 더 나아가) 어떻게해서 내가 된다고 해도 과연 그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 문화에 들어갈 수 있을까?
도전에 대한 액션보다는 도전을 회피하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보니... 무모한 도전적 정신보다는 "안 될 확률이 더 많은데 굳이 이곳에 맞추어 자기소개서를 쓰고, 각 요구조건들을 맞추는 작업을 하는게 시간 낭비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알될껀데 헛된 에너지 쓰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전앞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생각하게 되니 도전 자체를 하지 않게 되더라.
효율성은 그 도전 포기의 합리화전략이 되고!
중학교 학생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드림리스트 작성에 대한 교육을 꽤 많이 진행했다.
그들에 "여러분에게 꿈을 100개 적으라 그려면 20개 적고는 없다고 한다.
왜 그러는줄 아느냐? 꿈을 생각할 때 이미 그 꿈이 될지 안될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꾸기전에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하는 제약을 항상 먼저 생각한다.
이번 드림리스트를 쓸때는 제발 그런 제약에 대한 걱정없이 맘껏 써보아라!
쓴다고 손해보는 것은 없지 않느냐?"
이렇게 꿈을 꾸는데 제약을 먼저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왔다.
이 말이 내게 따끔하게 돌아온다.
서울대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의 교수공고에서
내용적 측면만 보고 도전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샘솟았다.
도전에 대한 자심감도 있었다.
그러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핑계와 합리화로
도전결과에 대한 부정적 예측을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주변인들은 응원을 하고 있는데)
그 부정적 예측에 빠져 혼자 내 도전의 효율성을 계산한다.
계산 결과, 이 바쁜데 그런데 에너지 쓸 시간이 없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글은 나에게 보내는 따끔한 메시지이자 성찰이기보다는 반성이다.
아직 공고기간이 4일 더 남았다. 과연 나는 낼까?
10년 뒤에 나는 이 결정에 대해 무슨 후회를 할까?
이 선택은 합리적인 선택일까? 아님 포기일까?
어렵다.
결론 (혹은 교훈) 하나는
도전에 효율성을 따지지 말자! 그럴꺼면 도전은 왜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