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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관리 2급] 03. 책이 너무 두껍다

책이 두꺼워서로 시작된 다양한 생각들

by jaewoos

책이 너무 두껍다.

페이지를 넘겨도 넘겨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질려버리는 타이밍이 오는 것 같은데, 꽤나 자주 온다. 그럴 때마다 여기 브런치스토리를 켜서 글을 적어두는데, 글을 쓰며 생각을 환기하게 되니 공부하는데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느꼈지만 쉽게 질려한다. 학부시절 시험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가서도, 3분마다 한 번씩 아무것이 없어도 휴대폰을 확인하면서 공부했다.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답답하기도 했고, 이렇게 해도 잘하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연락 올 곳이 많이 줄어들어서인지 휴대폰을 만지는 일이 좀 덜해진 것 같다. 하지만 쉽게 질려하는 성격은 그대로인지 조금만 공부하고 나면 다시 읽기 싫어지는 그 시간이 찾아온다. 여기엔 책이 너무 두꺼운 게 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페이지에 내용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줄 간격도 크고, 여백도 많아서 쉽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를 포함해서 총 450페이지가 주는 두께의 압박감이 무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공부한 부분은 60% 정도 한 것 같다. 18일이 시험이니 지금 남은 시간은 14일, 2주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시간이기에 한번 지치면 다시 붙잡기 어려운 걸까? 아마 3일 남은 시점에는 어떻게든 붙잡고 열심히 하고 있겠지?




회계관리 2급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은, 2급만으로는 주식에 도움이 되긴 힘들겠다. 1급과 재경관리사까지 공부를 해야지 회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계관리 2급에 해당하는 과목이 회계원리이기에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만 다룬다는 느낌이었다. 한 내용에서 조금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부분도 개요정도만 나오는 것 같아서 오히려 Chat GPT를 사용해서 질문했을 때 훨씬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공부하려면 GPT가 알려주는 내용까지도 숙지해야 하지만, 시험엔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는다 생각하니 눈은 책에 있는 내용에만 고정된다. 처음 이런 경제 관련 공부를 해보자고 할 때 들었던 생각은 천천히 느리지만 알찬 공부를 하자로 시작했는데, 동기부여가 없으면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시험이 있는 자격증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시험을 보는 과목으로 공부하게 되니, 시험에 나오는 기출문제위주로만 보게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나 보다. 만약 시험을 안 봤다면 공부 자체를 안 했을 것 같아서, 시험을 보는 게 결과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논문 쓴다고 오래 앉아 있고, 집에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스터디카페에서도 앉아있으니 하루 온종일을 앉아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척추 주변 근육이 늘어나 후방경사가 많이 와서 배를 내밀고 서있는 자세가 만들어졌다. 요즘엔 이를 극복해 보고자 앉아 있을 때도 최대한 바른 자세로 앉아 있어보려고 한다.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책이 너무 두꺼워서 발생한 일이다. 얇은 책이었다면 빨리 한번 다 훑어보고, 문제도 풀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위해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심리적 요인인 것인가? 책이 두껍다에서 시작해서 심리적 요인까지. 생각의 전환은 굉장히 빠르다. 예전 학부시절 학생이 하는 TED 연설을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주제는 500원짜리 동전에 얽힌 우리 인간이었다. 500원짜리에는 발행 연도 네 자리가 적혀있다. 그것을 타고 타고 넘어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우리 주변에 널리 있는 사소한 물건들이 많은 것과 얽혀있음을 말해주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갑자기 떠오르다니. 그때는 무슨 소리야?라고 학생이 연설하는 거니 수준이 조금 떨어지나?라고 했는데 내가 이해도가 부족했다. 지금 다시 들었으면 더 재밌게 들었을 것 같은데. 학부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머리가 많이 좋은 줄 알았다. 그리고 내 능력이 어디서든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말 그대로 안하무인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와서는 그런 생각들이 많이 줄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더 똑똑하고 멋진 친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면서 좀 더 겸손해진 나를 보게 되었다. 겸손함이라는 것은 타고난 성질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격이란 타고나다기 보단 자라온 환경과 마주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성질이라고 생각하는데, 겸손함의 자세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겸손함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 실행을 했을 때 올바르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학습된 것이지 않을까? 그걸 나는 대학원 시절 한 것 같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엔 겉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속으로는 맞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겉과 속이 일치하는 표리부동의 남자로 조금 바뀐 것 같다. 대학원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있는 선택이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공부하다가 자아까지 생각하게 되다니, 참 책이 두꺼운 게 무섭긴 무섭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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