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따뜻한 계절 그 어딘가.
제주에서 그 애를 만났다.
문득 삶의 무게가 너무 힘들어서
덜컥 혼자 떠나버린 제주에서의 2박 3일은
어느 때보다 순수했다.
바가지 머리에, 앞머리는 갈라져 있고
나란히 마주 서니 꽤 큰 키에
순진하고 선한 그 눈망울은
내려다 볼 때면 험상궂고, 올려다볼 때에는 예뻤다.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그 입매에
흔들렸다.
그 애는 어리지만 어른이었고
듬직해서 커다랬고
그래서 그 손을 잡았다
짧은 기간 동안 꿈을 꾸었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닌 걸 알게 된 그 해에
다시 순수함과 사랑을 선물해 준 그 아이가
나는 소중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는 추억으로만 남았다.
늦은 일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