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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 Yong Young Jung Nov 20. 2019

동생과 함께한 809일의 여행 그리고 돌아온 한국

한국에 왔다. 내 조국.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조국.


여행자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 한국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맑은 하늘과 깨끗한 거리. 경적 소리 하나 안 들리는 도로와 흙먼지 없는 길.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와 깨끗한 시설들.

당연한 것은 없다는 시선과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여행에 감사하게 만들었다.


따뜻한 집. 보금자리. 포근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 뽀송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으니 세상만사 행복하고 편안하다.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희미한 옛 추억처럼 벌써부터 부서져가는 것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행복했던 기억이 어떻게 이렇게 바로 희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


그동안에 보고 싶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따뜻한 집 밥을 먹었다. 내가 먹던 그 입맛의 밥을 먹고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반찬을 먹었다.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식탁이다. 무엇도 가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 집이었다.


크게 알리지 않고 온 한국이었지만 아프리카팀과 친구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나를 찾아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다시금 행복했고, 이들에게 더 잘하고 좋은 인연 끝까지 지니고 싶었다. 짧은 2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돌아왔을 때 본 친구들은 대부분이 직업을 갖고 있었고 그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속은 그대로였고 노는 것도 돈이 없을 때 놀았던 그대로인데 겉모습이 이렇게 변하니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다. 


정말 한국에 오고, 2주일이라는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재밌게 놀고 그동안의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친절함 그리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느낌은 매일같이 시시각각 느끼고 있고 주변 사람의 고마움도 넘치도록 느끼고 있다. 나 스스로가 변한 것을 자각하고 있었고 설명하기 어려운 행복감과 충만함이 가슴속 가득하다.

이제는 한국에 정착하고 이 행복함을 오래오래 지니고 싶다. 내 조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밌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 생각이 확고해졌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방법과 방향이 다양하고 나 또한 방랑자처럼, 프리랜서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해봤고 여행부문에서 활동을 해볼까도 생각해봤다. 나름대로의 다양한 경로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사람이 익숙함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들을 만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여태 해왔던, 공부했던 것을 돌아보니 여행 전에 생각했던 직업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준비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선택권이 적었던 나와는 달리 많은 것을 보고 난 후 여러 가지의 생각 속에서 정립이 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한국에 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한국 번호를 다시 개방하고, 긴 빗자루 같은 머리도 싹둑 잘라냈다. 빠진 이를 확인하러 병원에도 가봐야 하고 면허도 갱신해야 한다. 나의 여행을 마무리해줄 책도 쓰고 싶고 앞으로 돈을 벌어야 하니 그에 맞는 공부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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