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세계평화 질서 붕괴의 갈림길에서..

#미국 #베네수엘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엔 #평화 #전쟁

by 한재윤

국제 사회는 원래 규칙없는 약육강식 사회의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무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전쟁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희생되자 그 반성으로 전쟁에 대해서도 모두 함께 지켜야 할 규칙들을 만들어 왔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을 수습하며 유엔헌장을 만들고 유엔을 설립한 것의 가장 큰 인류사적 의의는 무엇보다 전쟁 자체를 ‘불법화’ 시킨 것이었다.


이후에는 ‘자기 방어’나 유엔 안보리 ‘허가’ 없이는 다른 나라에 침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됐다. 어떤 국가가 이런 전쟁 불법을 저지르면 ‘집단안보’로 다른 모든 국가가 해당 국가를 제재해서 막게 된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되어 해당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재판하여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대국들이 협조해야 하는 현실적 전제 조건이 있다. 강대국들의 합리성과 선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이 유엔 세계 평화 체제를 실제 작동시켜온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고 또한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강대국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일탈하더라도 나름 명분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했었고 덕분에 유엔 세계 평화 체제는 70여년 동안 나름 작동해 왔다. 그런데 세계 3강 중 하나인 러시아가 자국의 잠재적 안보를 위해 2022년에 우크라이나를 불법적으로 침공했다. 강대국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는 잘 통하지 못했고 오히려 세계 경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며 전쟁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세계 최강국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불법적으로 침략해 대통령을 납치하고 구금했다. 러시아보다도 훨씬 더 명분 없는 노골적인 침공이었다. 결국 지금의 유엔 세계 평화 체제의 가장 취약한 약점 부위에서 깊은 상처가 나버렸다. 혹시나 동맥이 베여 피가 철철나면 어쩌지 초조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을 때 당시 얼마 안 있어서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따라서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은 푸틴을 체포할 의무가 생겼지만 당연히 제대로 지켜질리 만무했다. 어떤 국가가 함부로 러시아 푸틴을 건드리겠는가..


오히려 러시아 사법부는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궐석재판으로 재판까지 진행해 최근 그 재판관들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했다. 웃픈 형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제대로 된 명분 시늉조차 없이 다른 주권 국가 수도에 군사력을 동원해 침공한 후 수십명을 사살하고 국가 원수를 마음대로 납치하여 구금했다. 그리고 그 국가 원수를 국제형사재판소도 아닌 미국의 사법기관에서 재판을 받게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인류에게 가장 끔찍한 재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100여년 피땀흘려 만들어 온 국제 협력 평화체제가 뿌리째 뽑힐 듯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이번 미국 침공에 대해 다른 3강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비난하며 유엔 평화 협력 체제를 옹호하는 성명서를 낸 것이 위로가 되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논의의 포커스를 곧바로 그린란드라는 유럽이 얽힌 더 큰 문제로 옮겨 베네수엘라 문제를 묻어버리고 있는 트럼프의 정치적 수완이 참 씁쓸하다.


만약 앞으로 세계 강대국들이 각자 자기 지역 패권을 나눠 먹는 방식으로 국제사회가 재편된다면 지역별 깡패 일진들이 무력으로 자기 나와바리를 지배하는 지역별 제국주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국제 협력이 아닌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을 통한 세계평화 유지 방법은 이미 20세기 초에 대량 학살을 가져온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끔찍한 역사적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싶다.


2026년의 시작점에 세계평화에 대해 이리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을 나를 상상하지는 못했었다. 결국 현실적으로 세계평화를 이루고 유지하기 위한 본질적인 열쇠는 ‘민주주의’와 ‘교육’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전세계 모든 시민들이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수호하는 ‘세계시민’으로서, 모든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알고 상생을 위한 협력을 실천하는 ‘생태시민’으로서, 그 ‘시민성’의 수준이 평균 이상 높을 때야 비로소 우리의 세계평화는 본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결국 이 이상을 위해 교육 분야로 넘어왔고, 연구자가 됐고, 에듀테크 소셜벤처 창업까지 했지만.. 높은 현실의 벽과 이상을 향한 멀고 먼 길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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