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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사춘기
나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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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작소
May 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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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있는 사진을 찍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피사체가 아니라
'공간'
을 찍는 것이다.
피사체가 프레임 가득 들어가 있을 때 보다, 공간과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 사진에서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먹먹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http://photo.naver.com/view/2016031710474954326 (그림출처)
피사체를 프레임 가득 넣고 찍을 때는 피사체 자체에
'이야기를 품은 표정'
이 살아 있을 때다.
그런 사진은 빛이 난다.
공간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 받는다.
(사진출처 : 네이버)
공간, 여유란 것은 대단하다.
스포츠 스타들이 경기력을 평가 받는 자리에서 취하는 고도의 집중력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숨막히는 긴장감을 가져다 준다.
우리는 그들이 살 떨리는 긴장감을 너
머,
경기를 지배하는 멘탈을 보며 환호를 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완벽함'에 대한 공통점은, 완벽을 지탱하고 있는 '마음의 공간, 여유'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릴 적 낙담이 많은 아이였다.
가난과 고생을 물려주기 싫은, 고아로 자란 아버지 밑에서 자라 항상 완벽을 강요받으며 자랐다.
아버지의 평가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고,
그 곳에 닿기 힘들어 까치발을 해 대곤 했다.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아버지의 큰 실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 평가 받는 일은 피했고, 어려울 것 같은 일은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게으른 아이였다.
남들은 쉽게 넘어가는 언덕도 나에겐 큰 산이었고, 남들은 폴짝 뛰면서 잘도 넘어 가는데 나에겐 다리가 찢어질 만큼의 어려운 계곡으로 여겨지는 과제들 이었다.
나에겐 실수하거나 실패하면서 만들어져 가는 '마음의 공간'이 없었다.
한번에 10점 짜리 과녁을 맞춰야 했었고, 언제나 홀인원을 해야 했으며, 단번에 트리플 러츠를 해야 했다.
물론, 지금보니 아버지의 바람이 그리 높았던 것도 아니었고, 그 모든 과정들이 예쁜 큰 딸이 행복하기 위한 이유였음을 알게 되었지만, 과거의 나는 그 어려운 일을 단번에, 그것도 매번 이루어 내어야만 아버지를 만족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40후반이 되어가다 보니, 삶이란건 어쩌면 실수나 실패의 반복을 통해 '마음의 공간'을 넓혀 놓고 그 공간을 나의 독특함으로 다시 채워 나가는 것 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본다.
"우선 커피포트 물을 끓이고, 커피믹스를 뜯어서 유리컵에 붓고, 자... 믹스커피가루가 찬 물에 안 녹잖아? 끓인 물을 조금 붓고 저어야 해. 커피가 녹아 졌다 싶으면 찬 물을 넣고 얼음을 넣어 저어주면 달달한 냉커피가 되는 거야"
고3아이에게 아이스 커피 타는 방법을 두번이나 알려 주었는데, 그 아이가 만들어 온 첫 작품은, 어제 먹다 남긴 더위사냥 맛이다.
따뜻한 더위사냥을 만들면서 아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실패를 통해 알아가는 경험이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줄것이라는 믿음은 확실하다.
사진의 공간이 말을 걸어주는 것 처럼, 아이 삶에 표정을 만들어 주는 것은, 온전함을 향하여가는, 실수와 좌절의 연속을 통해서라고 믿는다.
젊을 때는 실수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릴 때 이다.
그 과정이,
심리학자 '융'의 이야기처럼 '완벽함'이 아니라 '온전함'을 향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런 과정을 함께하는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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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아줌마. 27여년차 엄마. 56년째 살아가는 흔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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