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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Jan 29. 2017

설과 맥주 한모금

소통

"아버님, 내년 부터는 김장김치 담가 집안 김치냉장고에 저장 해야겠어요."


"왜? 맛이 달라~ 땅에 묻은거랑 김치 냉장고 하고는!"


"네. 맛이 다르더라구요. 땅 속에서 익힌김치는...

그런데 너무 위험해요.

방금 전에 제가 김치를 꺼내려고 갔는데, 바닥에 깔린 김치를 꺼내려니 너무 깊고, 무릎 꿇고 장갑 낀 손 흙에 닿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중심 잡는게 힘들어요. 땅 까지 얼어버리니.

저야 그럭저럭 되는데 어머님이 매번 이렇게 꺼내시려면..."


"맛이달라~  사람들도 맛이 다르대. 맛이 다른 걸

 뭐."


"맛이 좋은 거 때문에 어머님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저는 좀 속이 상하네요..."


입을 다무신 아버님은 생각이 많으시고, 어머님은 아버님 말씀이 서운하시다.


결국 반 이상 먹고난 후에는 김치 냉장고로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

김치는 좀 더 건강하신 아버님이 꺼내시는 걸루.



어머님은 어머님 노고보다 땅에 묻은 김치를 맛나다 하는 손님들에게 마음이 가 닿는 아버님이 서운하고,  아버님은 우리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을 좀 더 성의 껏 대접하지 않는 어머님이 야속하다.


오십 평생 이렇게 서로를 바라봤을 두 마음이 서글펐던 설.


그러나,

손님 치루고 맛난 맥주로 여유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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