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는척만 공기에 떠 돌았다.
" 요즘 군대가 막말로 군대 에요? 기간도 얼마 되지 않고..."
" 월급도 많이 올랐다던데? 제가 있을 땐 십 여만원?"
뿌리염색 하러 미용실에 왔는데 옆 자리에서 남자 스타일리스트와 손님이 나누는 대화.
큰 아들이 입대한지 두 달 반 즈음 되었는데 군대 이야길 하니 관심이 오른쪽 귀를 통해 옆 자리로 흘렀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앉아 있는 손님 얼굴이 호감가는 스타일. 막~ 말 붙여 보고 싶은 관상. ㅎ
' 아 끼고 싶다, 끼고 싶다, 끼고 싶다...'
'군대' 이야기란 이유만으로 엄청 대빵 끼어들어 아는 척 하고 싶었다.
"요즘은 날이 심하게 춥거나 더워도 훈련도 안 한다네요"
" 그 정도에요? 군대도 좋아졌네~ 그래서 요즘 월급은 얼마래요?"
아싸, 끼어들 타이밍!
" 제 아들이 다음 주에 신병휴가 나오잖아요. 군대 간지 두 달 정도 되었거든요~."
(약간의 정적)
"어.어,....... 어머, 아~ 좋으시겠어요." 살짝 놀란 듯한 손님 목소리.
"요즘은 밴드도 있어요. 유치원 아이들 점심 뭐 먹었는지 알려 주는 것 처럼 설 날 떡국 먹고 차례 지내는 사진도 올려주고.."
"아... 그렇구나. 좋아지긴 했어도 그래도 힘들죠. 군대는."
스타일리스트도 손님말을 좀 거들었다.
" 그럼요. 그럼요. 아무래도 가고 싶어서 가는 곳도 아니고..옛날이나 지금이나 군대는 힘들죠."
둘은 거울 속에서 눈을 마주치며 끄덕 끄덕 머리를 크게 흔들었으나 둘 다 눈빛은 '헐....망...했.'다는 뉘앙스의 표정이 오갔다.
'어...이 분위기 뭔데. 나 아직 군인 가족 어플도 있어서 정보 나눔이 가능하단 이야기도 아직 못 했는데. 월급이 얼만지도 아직...'
군대에 대해 관심이 도토리 만큼도 없었는데 큰 아이가 군대에 간 후 요즘은 먹이 주워먹는 다람쥐의 빵빵한 볼 마냥 얼마나 관심이 부푸는지 모르겠다.
훈련소 수련식때는 펜션도 얻었고 나는 울 아들 눈에 보이라고 은갈치 패션을 하고 갔더랬는데...
그리고 군대가 진짜로 얼마나 편해지고 소통이 잘 되는지 아직 이야기도 못 꺼냈는데.
"힘들긴 힘든데 그래도 요즘은 소통도 가능하고 그래요. 훈련소 들어갔을 때만 좀 연락이 뜸하죠 뭐." 수그러져 가는 대화 이어가기 시전.
나는 대화 전문가니까... 사람들은 나랑 대화하기 좋아하니까.
하아~
"....아~" 둘이 합창하 듯이 입을 모았다.
대화 끼어들기는 망했다.
그들은 (왠지 급히)그 부스를 나갔고, 나의 '아는 척'만 공기에 떠 돌았다.
요즘 군대 편하다고 까고 있는 순간에 내 아들 군대 있다고 말하기.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다.
대화 단절시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