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포기하는 과정이란(이것은 사랑의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적응하고 새로 시작하고 다시 적응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성인기에 중요한 것을 배우고 그로 인해 영적으로 훌쩍 성장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균형잡기 중의 하나인데 이를 '괄호묶기'라고 부른다. '괄호묶기'는 근본적으로 개인적 안정감과 자기주장의 욕구와 그보다는 새로운 정보와 더 큰 이해에 대한 욕구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이다. 다시말해 자신의 자아를 한 쪽에 제쳐놓음으로써 새로운 자료를 집어 넣을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성숙한 깨달음이란 개인적 경험의 잔재인 선입견과 편견을 이해하고 보완할 때만 가능해진다. 보이는 것을 인식하는 데는 두가지 행위 모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익숙한 것을 억제하고 낯선 것을 환영하는 것이다. 이상한 사물이나 사람 또는 사건을 접할 때 마다 나는 현재 욕구와 과거의 경험 또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초로 내가 무엇을 볼 걸인지 결정을 한다. 어느 자료든지 그것의 고유한 성격을 이해하고 인정하고자 한다면 나의 선입견과 왜곡된 감정의 특징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괄호로 묶어놓고 내 인식 세계에 새롭고 신기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괄호로 묶거나 보완하거나 억제하는 훈육에는 고도의 자기인식과 용감한 정직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육없는 현재의 순간이란 이미 보았거나 경험한 어떤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즉 사물이나 사람이나 사건의 고유한 성격이 내 안에 뿌리박게 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탈중심화'를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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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훈육은 자기확장의 과정이다.
포기의 고통이란 죽음의 고통이고 옛 것의 죽음이란 새 것의 탄생이다. 죽음의 고통이란 탄생의 고통이고, 탄생의 고통이란 죽음의 고통이다. 우리가 새롭고 더 좋은 생각과 개념, 이론, 이해 등을 발전 시킨다는 것은 옛 생각과 개념, 이론, 이해 등이 죽어야 함을 의미한다. -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 중.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우울이 너무 길게 지속된다. 낯설고 불편한 순간들이 익숙하고 괜찮아 질 때 까지 꽤 많은 난관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최근 '아직도 가야할 길'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한다. 예전엔 푯대로 생각하고 읽었던 기억인데 지금은 위로가 되는 부분들을 만난다. 과거 방식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 꼭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다. 우울, 부당함, 억울함, 두려움, 배신감... 그것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데 어렵게 한다. 안정감과 편안함을 찾게하여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하게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내게 있다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부딫쳐 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