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작은 비밀이 하나 있다. 혼자서 운전을 하거나, 집에 혼자서 생각을 하거나 무언가에 집중을 할 때 손이 놀게되면 어김없이 귀로 간다. 귀 위로 작은 구멍이 나 있는데,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다보면 물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나보다. 그 구멍에 물이 차 방치하게 되면 빨갛게 염증이 생기곤 하기 때문에, 가끔 깨끗한 손으로 짜서 물을 빼내 주어야 한다. 손으로 꾸욱 누르면 심할 때는 노오란 염증이 나올 때도 있고, 대부분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물기가 손끝에 뭍어난다. 냄새가 쿰쿰하고 고약해서, 짜고 나면 내 양쪽 옆 머리 부근에서 한 동안 냄새가 머문다. 손끝에 뭍은 냄새는 비누로 박박 씻어야 한다.
꼬름한 냄새가 지독하다. 냄새가 고약하긴한데 아이러니 하게 나는 이 쿰쿰한 냄새를 좋아한다. 귓 머리를 눌러 냄새가 진동하면 아빠와 어린시절 추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리 와봐 . 아빠가 눌러서 짜 줄게." 아빠는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서 무릎을 툭툭하고 두드린다. 그러면 인정 사정 없이 귓머리를 빨래 쥐어 짜 듯 짜서 노오란 고름을 뽑아낸다. "아~아~ 아파. 아파." "괜찮아. 아프긴 뭐가 아파? 이거 제때 제때 빼 주지 않으면 귀가 부풀러" "왜 나만 이런게 있어? 쟤네들은 없는데..." 내가 동생들을 가르킨다. "이건 네가 머리가 하도 커서 엄마가 너 낳을 때 기계로 잡아 뺀 자국이야." "그래? 내 머리가 그렇게 컷어?" "응. 똑똑한 아이들은 머리가 크거든. 그러니까 네 머리가 나올 때 힘들었지." "그런거야?" 아빠는 잊지도 않고 때때로 나를 당신의 무릎 위에 뉘이고 정성스럽게 귀에 고름을 짠다. 그리고 나서는 귀 전체를 따뜻한 손으로 문질러 주곤 했다. 귀를 쥐어 짜니까 아프기도 했건만 나는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아빠 기분이 언잖아 보이거나 내 잘못으로 혼구녕이 난 후면, 어김없이 아빠 손을 끌어당겨 내 귀에 갖다 대곤 했다. 그 시간엔 내가 징징대도 아프다고 말을 해도 아빠는 정성스레 나를 돌봐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짜준 기억은 왜 없는 걸까. 결혼 한 후에는 내가 스스로 눌러서 빼 낸다. 고약한 냄새가 폴폴 날 때 마다 아빠가 떠오르고, 아빠랑 냄새를 맡으면서 하하 호호 웃던 기억이 떠오른다. 얼마전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저는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묶지 않아요. " "왜요?" "제 귀에 구멍이 있거든요. 그게 제 컴플렉스에요. 다른 사람하고 다른게 싫어요. 선천성 이루공이라고..." "네에? 설마 이거요?" 하고 내 귀를 보여 주었다. "어머, 맞아요. 선생님도 있으시네요. 저는 수술하려고 하거든요." 세상에.... 나이 오십 먹고 처음 알았다. 이게 질환인지. 아빠가 나 태어날 때 기계로 태어나서 그렇다는 말, 어릴 땐 믿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한번도 찾아 볼 생각을 못 해 봤다. 어릴 적 처럼 크게 염증이 생기지도 않았고 불편감이 없어서 그랬겠다. 그 분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나 귀에 염증 주머니 하나가 있는 건데, 자신이 뭔가 부족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어 지금 껏 가리고 다니다가 수술을 한다고 하니 나는 더욱 놀랐다. '나에겐 좋은 추억이었는데...' 우습게 나만 가지고 있는 어떤 특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라고 하니 실망감도 들었다. 아하하하. 갑자기 궁금해 졌다. 아빠는 그걸 알고 있었던 걸까? 이제 아프셔서 내 말도 잘 못 알아 들으셔서 물을 방도도 없고^^ 아마, 알고 계셨던 듯 하다. 병원에서 이야기를 해 줬으니 그 구멍이 고름 주머니인 것을 알고 처치를 해 준 것 일테니. 나에겐 컴플렉스가 아닌 추억의 고름 냄새. 젊었던 아빠의 어린 딸 생각하는 마음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