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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Dec 13. 2020

"엄마, 나 연애를 잘 못 할거 같아."

어떻게 맞춰줘야 나를 좋아할까?

"아, 아무래도 난 연앨 잘 못 할거 같아. 저럴 때 어떻게 맞춰줘야 나를 좋아하게 될지 감이 안 잡혀. 어떻게 해야 여자들이 좋아해?"

"모쏠인 거지?"

"사실 그런 셈이지. 왜 티브이 프로 보면 말이야. 만남이나 연애하는 프로 같은 거... 거기 보면 패널들이 무슨 답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아무래도 경험해 봐야 어떻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겠지?"

 



네가 어떻게 해야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구나.

참, 좋을 때다.  부러워.


그런데 궁금해.

사랑받는 법에 대해선 그렇게 고민하는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어쩌면 그게 더 쉬울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좋아하는지  상대방의 속마음을 족집게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줄까를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인 거 아닐까?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마술적인 생각인 것 같아.^^


살다 보니 희한하게 매력이 있는 사람이 있더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솔직한 사람.

콩깍지가 씌어서 말 그대로 상대에게 빠져 버리는 시간은 잠깐 이더라고.  그땐 다 좋아 보여.

날 바라보는 눈도 반짝이고 뭐든 다 해 줄 거 같고, 나도 무엇이든 줄 수 있을 거 같고 말이지.

근데 그게 벗겨지는 시기가 오면 그다음은 소통이더라.

소통이 잘 되는 사람. 그때 속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아.


근데 그 소통이란 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가능하더라고.

자기 부족함을 잘 아는 사람.  자기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아는.

그렇지만 그런 부족함도 아낄 줄 알고 어떻게 더 사랑해 줄까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개방적이야.

안 그렇겠어?

자기가 부족하단 걸 아니까 다른 사람들 말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잘 들으려고 하겠지.

그런 사람들이 빛이 나더라.

아이러니하지 않아? 부족한 사람이 빛이 난다는 게.

사실 그게 되게 어려운 일이라 그래.  정말 어려워.

자기 부족함을 바라보고 인정한다는 게 이렇게 한 줄로 써서 그렇지 정말 힘든 일이야.

평생 사람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일지도 모르지.


만일 그런 사람이 되려고 먼저 노력한다면  그다음은 내 노력이 아니더라.

사람이 왔다가 가는 거.

그거 내 능력과 상관이 없더라고.

나에 대해서 알아내고 사랑하는 것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생각만 한다고 알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

그런데 너의 말처럼  스스로의 경험이 필요해.

부딪쳐야지. 그래야 내가 이렇게 한 말들이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이 되거든.


그래도 이것은 기억하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안다는 것.

이상하게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정하고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좋은 관계들이 늘어나더라.

내가 나를 대하는 것처럼 상대편을 대했는데 거부하고 싫어한다면 어쩌겠어.  

그건 나의 영역이 아닌 거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내가 통제해.

슬픈 일이고 아쉬운 일이긴 하지.

하지만 상대편에게 내가 없는 것을 쥐어짜서 맞춰야지만 관계가 유지된다면 그 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 같아. 왜냐면 결국은 나의 행복을 담보 잡히고 하는 일일 테니까.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면 내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편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성취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될 수 있겠지.


이야기가 길어졌다.

너 말대로... 경험해 보길.

아직 젊고 어리잖아.

그리고 나의 이런 이야기가 너는 어떻게 생각되는지 그리고 훗날 지나서는 어떻게 너만의 의미로 바뀔지 듣고 싶다.  술 한잔 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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