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새소리가 지저귄다.
드디어 아침이다.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있자니 갖가지 음색으로 들린다.
발을 밟혀 아픈 사내아이 처럼 끄악끄악 우는 놈.
목에 구슬을 품은건지 또르르 또르르 호루라기 같이 우는 놈.
배고프다고 엄마를 깨우는 건가 잔잔하고 조심스럽게 우는 놈.
낮은 소리로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단체 합창단도 있었구나.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너무 조잘대 새벽 늦게 잠이 든 아들 녀석의 귓가를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닐까 잠시 걱정이 머물렀다 떠난다. 가슴이 두근댄다.
집 바로 앞 낮은 산의 일부를 깎아 길을 내는 포크레인 소리가 새소리를 덮는다.
한 대가 아니다.
구구구구구구... 무언가 뚫는 낮은 소리도 함께 섞여 있다.
눈을 감고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던 무수한 소리들이 생생하게 소리를 낸다.
생각이 또 든다.
어제는 너무 답답했어.
이 집을 벗어나야 하나 , 앞 뒤로 벽이 서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숨을 조이는 것 같았다.
어두침침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아 종일 애써 밝은 기분을 유지 하려 했지만 몸은 안 속는다.
잠을 일찍 깼다.
작은 소리도 두려워하는 아이가 나의 움직임 소리에 동그렇게 눈을 뜨고 큰 몸을 끌며 나왔던 모습이 오래 머리에 남는다.
"괜찮아. 엄마야. 바람 소리에 깼어. 무서웠구나."
덩치가 큰 3-4살 짜리 어리고 민감한 아기가 되었다.
다시 여기에 집중한다.
아까는 들리지 않던 베란다 배수통에서 낙수소리가 들린다.
마치 빗소리 같다.
또독 또독....
어깨는 내리고 호흡을 깊게 하니 세제 냄새가 같이 들어온다.
익숙한 냄새다.
의식이 생각으로 딸려 가려던 것을 잡는다.
호흡에 집중한다.
올라간 어깨를 다시 떨어뜨리고 어금니에 힘을 다시 뺀다.
가슴 위로 올라온 숨을 뱃 속깊이 보낸다.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