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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Jun 28. 2022

지구위에 서기

걷는다는 기쁨

달 정도 되었다.
생활 습관을 바꾸어 보자 한 것이.

눈에 황반변성도 있고, 목에는 갑상선에 혹이 주렁주렁 많다.
많은 것이 비만이 문제이고 비만은 염증과 짝을 이루는데, 내 몸의 고장들은 염증과 관련이 크다.

살을 한 두 번 빼본 것은 아니다.
나름 살빼는 방법에 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전문가 수준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법은 언제나 방법일 뿐이다.
가장 근본은 방법이 아니다.
결국 습관이고 태도다.

목표 몸무게에 닿으면 다시 방법은 고집스런 원래 습관으로 바뀌어 버린다.
어렵다. 50여년 몸에 딱 붙은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욕심을 내려두고 하나 둘씩 바꾸자 했다.

대단한 운동이 아닌, 집에서라도 바지런히 움직이기.
시간이 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걷기.
영양제 챙겨먹기.
뱃속이 더부룩해지는 빵은 일부러 사서 먹지 않기.
몸무게나 실루엣에 집착하지 않기. 내 몸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에 더 크게 귀기울이기.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개선이 된 것이 있다.
'걷고 싶은 마음.'

며칠 전에 집단상담을 다녀왔다.
엔카운터 그룹이었지만, 마침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산림 치유를 공부하셔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는 아침에 낮은 산에 올라 지구와 접촉을 하였다. ^^

아하하.
그 말이 참 좋았다.
'지구 위에 서기, 지구와 접촉'
신발과 양말을 벗고 다소 거친 돌들이 있는 산 바닥을 걸었다.
처음엔 아파서 짜증이 올랐는데, 조금 걷다 보니 발바닥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따뜻한 기운들이 무릎 위 까지 올랐다.
따뜻한 기운이 좋았다.

언제 부턴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남은 삶의 과제는 무얼까?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뜬구름 같이 들릴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막 대하던 나의 몸과 마음을 가장 자연과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게 할 것, 그리고 내가 온 곳으로 다시 가볍게 갈 것] 이 내가 얻은 답 이었다.  

지구 위에 선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무언가를 다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이 조급히 바빠 여기 저기를 정신 없이 뛰어다니던 '땅'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임을 포근히 전해주는 것만 같다.

습관을 바꾸고 싶어서 한 '걷기' 인데, 내 삶에 이야기가 한 줄 더 보태어 졌다.

사진출처 : CoolPublocDomains 출처 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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