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빚쟁이 지방청년의 수도권 자가마련 이야기 2

계약, 집을 사는 진짜 과정 현실적으로 알아보기

by 작가 재영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돈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숫자들이 실제 계좌와 일정으로 바뀌고, 말로만 듣던 절차들이 하나씩 눈앞에 놓인다. 이 단계부터는 더 이상 ‘언젠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계약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고,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온다. 1편에서 집을 사기까지의 배경과 판단을 정리했다면, 이 글은 그 다음 이야기다. 집을 사기로 결정한 뒤, 실제로 어떤 순서로 일이 흘러가는지, 돈은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계약서에 적힌 문장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막연히 어렵게 느껴졌던 과정들도, 순서를 알고 나면 생각보다 정리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 글에서는 집을 잘 사는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또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될 부동산 등기의 과정을 미리 들여다보는 기록에 가깝다. 실제로 겪기 전에는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흐름을 알고 나면 훨씬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그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불필요하게 흔들릴 일도 줄어든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을 위해 쓰였다. 처음 겪는 사람의 시선으로, 하지만 다음엔 조금 덜 낯설게 마주할 수 있도록 정리해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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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계약금부터 걸어보자, 집 사기의 첫 버튼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행동은 의외로 단순하다. 계약금을 거는 일이다. 계약금은 보통 매매가의 10% 수준으로 책정되고, 이 돈이 오가는 순간부터 거래는 ‘가능성’이 아니라 ‘진행 중인 일’이 된다. 그래서 계약금은 단순한 예약금이 아니다. 이 집을 사겠다는 의사를 말이 아니라 돈으로 확정하는 단계다. 마음에 든다는 말보다, 계약금이 훨씬 강하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계약금의 성격이다. 계약금은 마음이 바뀌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매수자, 즉 집을 사는 쪽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은 그대로 포기하는 게 원칙이다. 반대로 매도자, 집을 파는 쪽이 계약을 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적용되는 게 흔히 말하는 ‘배액상환’이다. 매도자는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매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계약금 3천만 원을 받았다면, 계약을 파기할 경우 6천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 구조다.


이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계약이라는 행위를 가볍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누구든 마음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그 선택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는 걸 명확히 해두는 장치다. 그래서 계약금을 거는 순간부터는 ‘좀 더 고민해볼까’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계약금은 거래의 속도를 올리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뒤로 물러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장치다.


그래서 계약금을 걸기 전에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이 집이 정말 마음에 드는지가 아니라, 이 집을 지금 이 조건으로 살 준비가 되었는지다. 대출 가능 여부, 잔금 일정, 내 자금 흐름까지 최소한의 계산이 끝나 있지 않다면 계약금부터 거는 건 위험한 선택이 된다. 계약금은 ‘우선 잡아두는 돈’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첫 선택’에 가깝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걸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기본은 등기부등본이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공동명의는 아닌지, 근저당이나 가압류 같은 권리 관계가 어떻게 설정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복잡한 법률 해석까지는 필요 없지만, 최소한 ‘이 집이 깨끗한 상태인지’ 정도는 직접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에 체납 여부도 함께 본다. 관리비 체납이나 세금 체납이 있는 경우, 잔금 시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걸기 전에는 이 집이 구조적으로 거래 가능한 상태인지부터 빠르게 걸러야 한다.


이와 동시에 가장 중요한 확인은 대출 가능 여부다. 계약을 먼저 하고 나서 대출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면,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계약 전에는 최소한의 대출 시뮬레이션을 통해 내가 실제로 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LTV와 DSR 같은 개념이 등장한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 한도를, DSR은 내 소득 대비 갚아야 할 돈의 비율을 본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은행은 내가 이 집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최대 얼마까지 가능하냐’보다, ‘이 조건으로 실제 실행이 가능하냐’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게 시기다. 해가 넘어가는 시즌인지, 정책이 바뀌는 구간인지에 따라 취득세 감면이나 대출 조건,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이나 일시적인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의 차이가 체감 금액을 크게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계약금을 걸기 전에는 집만 볼 게 아니라, 지금이 어떤 시즌인지도 함께 봐야 한다.


계약금은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크다. 이 단계를 넘기면 집을 사는 과정은 빠르게 현실이 된다. 그래서 계약금은 ‘이 집이 좋은지’를 고민하는 마지막 버튼이자, ‘이 집을 살 준비가 됐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첫 질문이다. 이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망설여도 된다. 하지만 누른 뒤에는, 그에 맞는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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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계약서를 쓰기까지의 과정


계약금까지 걸고 나면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진다. 집을 ‘보는 사람’에서 ‘사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순간이고, 이때부터 부동산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이제 계약서 쓰시죠”다. 계약서는 몇 장 되지 않는 종이지만, 그 안에 적힌 문장들은 앞으로 몇 년, 길게는 몇십 년까지 영향을 미친다. 매도인·매수인 정보, 부동산의 표시, 매매 대금, 계약금·중도금·잔금 일정, 특약사항까지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대충 넘겨도 되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특히 금액과 날짜는 반드시 소리 내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숫자 하나, 날짜 하루 차이로 일정 전체가 틀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 단계에서 핵심은 잔금일이다. 잔금일은 마지막 돈을 치르는 날이 아니라, 소유권이 실제로 넘어가는 기준점이다. 대출 실행, 근저당 말소, 등기 이전, 이사 일정까지 전부 이 날짜를 기준으로 맞춰진다. 그래서 잔금일은 ‘될 것 같다’가 아니라, 대출 실행이 확정된 날짜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특약사항도 반드시 문장으로 남겨야 한다. 잔금일까지 근저당이 말소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집 내부 설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은 어떻게 나눌지 같은 내용들은 말로 합의해봐야 의미가 없다. 계약 당일에는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건축물대장이나 집합건축물대장까지 함께 확인하는 게 좋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실제 구조와 서류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여기서 현실적인 팁이 하나 더 있다. 잔금일 당일에 바로 이사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잔금 이후 1~2주 정도 공백기를 두고 입주 청소와 보수, 인테리어를 먼저 끝내는 게 훨씬 낫다. 짐을 들이기 전에는 벽지 보수, 실리콘 재시공, 수전 교체 같은 작업이 수월하지만, 짐이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같은 작업도 두 배로 번거로워진다. 또 잔금일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서류들도 있다. 보통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기본 서류들은 잔금 치를 때 필요하다. 그리고 대출 실행 일정이 잡혔다면, 그때부터 잔금일까지는 마이너스 통장 사용이나 추가 신용대출 같은 신용 변동 행위를 피하는 게 좋다. 작은 변화라도 DSR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대출 실행이 지연되거나 조건이 바뀌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계약서는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고정하는 자리다. 이 단계를 넘기면 이제부터는 감정보다 절차가 앞서는 구간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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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대출이 실행되는 날, 돈은 이렇게 움직인다


계약서를 쓰고 나면, 이제부터는 말보다 숫자가 앞서는 구간으로 들어간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대출 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내가 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주택담보대출은 내 통장을 잠깐 스쳐 갈 뿐, 대부분의 돈은 바로 매도인에게 지급된다. 잔금일에 맞춰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되면, 그 돈은 집을 파는 사람의 계좌로 들어가고 나는 그 순간부터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 빚을 지게 된다. 대출은 내 편의를 위한 돈이 아니라,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절차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함께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근저당 해지다. 만약 매도인이 이미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면, 잔금과 동시에 그 대출은 상환되고 기존 근저당은 말소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 내 이름으로 대출 근저당이 잡힌다. 이 순서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거래가 정상적으로 끝난다. 그래서 잔금일에는 은행, 법무사, 부동산이 모두 긴밀하게 움직인다. 매도인에게 돈이 들어갔는지, 기존 대출이 상환됐는지, 근저당 말소 서류가 접수됐는지까지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날 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을 실행할 때 처음 마주하는 또 하나의 현실은 부대비용이다. 대출을 받으면 몇십만 원 단위의 비용이 함께 빠져나간다. 흔히 인지세라고 불리는 비용인데, 정확히는 대출 약정에 따라 발생하는 세금과 수수료다. 금액은 대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십만 원 선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등기 관련 비용이나 은행 처리 수수료가 함께 나가는 경우도 있다. 집값과 계약금, 잔금만 계산하고 자금을 딱 맞춰 준비했다면 이 비용에서 당황하기 쉽다. 그래서 대출을 실행하는 날에는 잔금 외에 추가로 빠져나갈 돈이 있다는 걸 전제로 자금을 조금 여유 있게 잡아두는 게 좋다.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집을 산다는 감각이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대출은 승인받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실행되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그날 이후로 매달 빠져나갈 이자와 원금이 숫자로 찍히기 시작하고, 집은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자산이 된다. 대출 실행일은 집을 사는 과정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하루다. 이 하루가 지나야, 비로소 거래는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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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집값 말고도 나가는 돈들


집을 사는 데 드는 돈은 계약서에 적힌 매매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집값 숫자만 보게 된다. 이 집을 얼마에 사느냐, 대출은 얼마나 나오느냐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그런데 막상 잔금일이 가까워질수록 통장은 생각보다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깨닫게 된다. 집을 산다는 건, 한 번에 큰돈을 쓰는 일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돈을 동시에 감당하는 일이라는 걸.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취득세다. 취득세는 집을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한 번만 낸다. 일반적인 1주택 기준으로는 매매가의 약 1.1% 수준이고, 여기에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가 함께 붙는다. 교육세는 지방 교육 재원을 위한 세금이고, 농어촌특별세는 농어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세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중심으로 몇 가지 세금이 묶여 한 번에 나간다. 기한도 짧다. 잔금일 전후로 빠르게 납부해야 하고, 미루면 가산세가 붙는다. 다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해당한다면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2028년까지 최대 약 220만 원 정도가 감면된다.


여기에 더해지는 비용들도 있다. 수입인지와 채권이다. 수입인지는 계약서나 대출 약정서 같은 법적 문서에 붙는 문서세로,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계약과 대출이 겹치면 체감이 된다. 채권은 지역개발채권처럼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채권인데, 대부분은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바로 할인 매도하는 구조다. 그래서 체감상으로는 수수료처럼 느껴진다. 금액은 지역과 매매가에 따라 다르지만, 잔금 시점에 함께 정리된다.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이 시점에 몰아서 빠져나가면 숫자가 제법 크게 느껴진다.


이 모든 절차를 실무적으로 묶어주는 사람이 법무사다. 등기 이전, 취득세 신고와 납부, 채권 처리, 대출과 연동된 서류 정리까지 전부 한 흐름으로 관리한다. 직접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일정과 책임을 생각하면 법무사를 끼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보수료는 거래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매매가 3억 원 초반 기준으로 보면 대략 40만 원 전후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잔금일에는 중간 관리비 정산도 함께 이뤄진다. 한 달 중간에 소유자가 바뀌는 만큼, 그달 관리비를 매도인과 일할 계산하는 구조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장 체감되는 비용이 하나 더 있다. 이사다. 이사는 보통 최소 한 달 전에는 업체를 선정해두는 게 좋고, 조건에 따라 평균 2~3백만 원 선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했다면 중개수수료도 빠진다. 매매가 3억 원 기준으로 보면 약 140만 원 전후다. 입주청소도 있는데 이건 케이스마다 다르고 보통 50~100만원 선인것 같다.


종합적으로 보면, 3억 원 초반대 아파트를 거래할 때 세금만 놓고 보면 대략 5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감면을 적용받는다면 체감 세금은 약 300만 원 전후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건 세금만 계산했을 때의 이야기다. 여기에 공인중개사 수수료, 법무사 비용, 이사 비용,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해지면 현금으로 준비해야 할 금액은 빠르게 늘어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집값만 맞추는 계산’이 아니라,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전체 비용을 한 번에 그려보는 계산이 필요해진다. 이 계산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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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잔금일, 집이 내 이름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하루


잔금일 아침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큰 결정을 앞둔 날치고는 의외로 일상이 그대로였다. 다만 마음속에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계산했던 숫자들이, 오늘 하루 안에 전부 현실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잔금일은 흔히 집이 완전히 내 것이 되는 날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날을 기점으로 모든 절차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에 가깝다.


많이들 오해하지만, 잔금일에 등기가 바로 완료되는 건 아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보통 잔금일 이후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은 대부분 법무사가 대신 진행한다. 나는 신분증을 들고 정해진 장소로 가서 매매계약서와 관련 서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필요한 곳에 서명만 하면 됐다. 서류는 많았지만,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대신 계약 내용이 정확히 반영됐는지, 금액과 조건이 맞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다. 잔금일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날이 아니라, 이미 결정한 내용을 실행으로 옮기는 날이었다.


이날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대출 실행과 전입신고였다. 주택담보대출에는 대부분 실거주 조건이 붙는다. 그래서 대출이 실행된 뒤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잔금일 당일 오후까지 전입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조건이 걸리기도 한다. 전입신고는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 대출 조건을 충족했다는 증명이 된다. 이걸 놓치면 불필요한 확인 절차가 생기거나, 괜히 마음을 졸이게 된다. 잔금일에는 은행 일정만 챙길 게 아니라, 전입신고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같이 계획해 두는 게 좋다.


잔금이 치러지는 순간, 돈은 내 통장을 거쳐 매도인에게 전달된다. 동시에 매도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담보 대출은 상환되고, 그 집에 설정돼 있던 근저당은 말소 절차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위에 내 명의의 주택담보대출이 새로 설정된다. 이게 바로 근저당이다. 은행이 집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표시이자, 대출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이 모든 과정은 은행과 법무사가 동시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순서가 어긋나면 하루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잔금일은 여유 있게 비워두는 게 좋다.


하루가 끝나갈 즈음, 휴대폰으로 전입신고 관련 안내를 받고 나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아직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이 찍힌 건 아니지만, 집에 대한 책임은 이미 내 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잔금일은 축하할 만한 이벤트라기보다는, 역할이 바뀌는 날에 더 가깝다. 세입자에서 소유자로, 구경하던 사람에서 관리해야 하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면, 집을 사는 과정에서 가장 복잡한 고비는 이미 지나온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이 집을 어떻게 준비해서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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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결국은, 플랜이다


잔금을 치르고 나면 마음이 먼저 앞선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 빨리 들어가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 박자만 늦추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가장 여유가 있는 시간은 사실 잔금 직후다. 집은 비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아직 손대지 않은 상태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후의 생활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잔금 이후에는 감정이 아니라 플랜이 필요하다. 입주 청소를 언제 할지,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인테리어를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할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전 거주자가 오래 살았던 집일수록, 막상 들어가 보면 사소한 불편들이 하나씩 보인다. 실리콘 마감, 벽지 들뜸, 수전 교체 같은 것들은 짐이 없는 상태에서 처리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들을 미뤄두면, 나중에는 작은 작업 하나에도 집 안을 뒤집어야 한다.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기는 더 중요해진다. 가장 좋은 건 계약 전후로 대략적인 방향과 예산을 이미 그려두는 것이다. 계약 이후에는 인테리어 담당자와 함께 집을 방문해 실제 상태를 확인하고, 타일이나 시트 컬러, 마감재 같은 선택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라, 이 과정은 꼭 필요하다. 가구를 새로 들일 생각이라면 가구 납품 일정도 같이 맞춰야 한다. 가구는 주문부터 설치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입주 일정과 엇갈리면 생각보다 번거로워진다.


이사의 순서도 중요하다. 보수와 인테리어, 가구 설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 이사를 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짐을 먼저 들이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선택이 조심스러워진다. 바닥을 보호해야 하고, 가구를 옮겨야 하고, 작은 공사 하나에도 신경 쓸 게 늘어난다. 집을 빨리 쓰는 것보다, 잘 준비해서 쓰는 게 결국 오래 편하다.


결국 집을 사는 건 큰 결정을 한 번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작은 선택들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의 문제다. 잔금 이후의 시간은 집을 완성하는 마지막 구간이고, 이때 플랜을 잘 짜두면 입주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집은 서두를수록 손이 가고, 준비할수록 편해진다. 이걸 한 번 겪고 나니, 왜 다들 집을 사는 것보다 집에 들어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여기서 한 번 숨을 고른다. 계약과 잔금, 등기까지 이어진 과정은 집을 사는 일의 절반에 불과했고, 사실 진짜 체감은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이제 남은 건 이 집을 어떻게 고쳐 쓰고, 어떤 순서로 정리해 들어갈지에 대한 문제다. 인테리어는 선택의 연속이고, 입주는 계획의 결과다. 서두르면 다시 손볼 일이 늘고, 미루면 생활이 불편해진다. 결국 집을 산다는 건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그 공간을 내 삶에 맞게 정렬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요즘에서야 조금씩 느끼고 있다.


다음 3편에서는 잔금을 치른 이후, 실제로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입주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1월 초부터 중순까지 지금도 그 한가운데에 있고, 결정해야 할 것들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매일 쌓이고 있다. 견적을 비교하는 일, 공사 범위를 정하는 일, 가구 납품 일정과 입주 청소를 맞추는 일까지, 집을 ‘사는 사람’에서 ‘사는 사람’으로 바뀌는 구간의 이야기다. 이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3편은 모든 게 정리된 뒤가 아니라, 정리되고 있는 와중의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글은 1월 말쯤 이어질 예정이다. 집을 산 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생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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