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원과의 인터뷰
퇴사를 하고 나서 그런지 사람들과 만나는게 한결 더 여유로워졌다. 퇴근 후 여가시간이랑 주말에 하던 글 작업을 평일 낮에 하다보니 어느 정도 사람 만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요즘은 대학교 때 다니던 영어 동아리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귀국하고 나서 처음 만나는거라 더욱 반가웠다.
어제 만난 친구는 현재 은행권에 다니고 있다. 상경대학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 은행권에 취업에서 어느덧 3년차 행원이 됐다. 은행에 취업했다고 말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3년 차가 된 지금 은행원으로서 고충을 나에게 얘기할 때가 많은데, 잠깐이지만 은행권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이 된다.
그런데 나는 캐나다 은행원 출신인지라 한국 은행원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겸, 은행원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이제 은행원이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인터뷰 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점은 바로 은행원으로서 업무와 일과였다. 은행 지점 내에서도 수신과 여신, 자산 관리 등 포지션이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고 싶었다.
Q1. 너가 지금 은행에서 담당하는 포지션이 뭐야?
지점 가계 여신 담당하고 있어요. 창구 앞에서 대출 상담을 하고 고개 대출 관리 해드리는게 주 업무죠. 그런데 여신이라고 해서 여신만 하는건 아니에요. 기다리는 고객이 많으면 수신 담당자랑 같이 고객 응대도 합니다. 그래서 여신 담당자도 수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해요
Q2. 그럼 여신 담당자로서 하루 일과는 어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존 고객 대출 리스트를 관리하는거에요. 기존에 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만기과 원금/이자 금액 납입 관리를 하는거죠. 본사 고객센터와 지점 여신 담당자가 나눠서 관리를 하는데 보통 지점 여신 담당자에게 내려오는 대출 고객 리스트는 연체 위험도 높은 고객들이에요. 그래서 무난하게 넘어가는 경우보다는 일일이 고객들에게 연락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죠.
연락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돈을 입금하라고는 하지는 않아요. 일단 고객측 상황을 들어보면서 일부 상환이 가능하면 일부 상환으로 안내하고, 정 안된다하면 만기 연장을 해요. 다만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연장 심사라는걸 해야하는데 그 심사를 통과해야 연장이 된다는게 문제죠. 아무튼 이렇게 대출금은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장을 하려면 연장에 대한 이유도 써야해서 고객들이랑 전화를 자주하게 되요.
그리고 지점에서 신규 대출 고객 상담 업무도 담당해요. 고객들이 신규 가계 대출 관련 상담을 위해 지점에 오거나 상담 예약을 하면 대부분 제가 담당하게 되요. 고객들에게서 필요한 서류를 받고, 신용 점수와 자산 현황 조회를 하고, 대출 심사를 한 뒤에 대출을 해주게 됩니다.
이렇게 대출 관련 업무만 하는데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려요. 하지만 대출 관련 일만 할 수는 없어요. 지점에서 대기 중인 고객분들 응대도 해줘야하거든요. 고객분들 업무가 입출금이나 예금, 적금 등 수신 업무라 해도 고객이 기다리고 계시면 도와드려야 해요. 보통 수신 담당자분들이 도와드리지만 만약 그 분들도 바쁘면 제가 도와드려야 해요.
그래서 여신 업무 담당자들은 결국 수신 업무까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해요. 일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로 투입될 수 있게요. 이렇게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고 업무를 더 해야하면 어쩔 수 없이 야근도 해야해요.
Q3. 그러면 대출 관련 일 하면서 요즘 분위기는 어때?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분위기는 좋지 않아요. 슬슬 대출 받을 길도 많이 막혀가고 있는데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시장은 불티나게 크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대출 막차타려고 엄청나게 몰리고 있어요. 거의 영끌 막차인거죠.
그나마 사람들이 그 대출금들을 다 감당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무리해서 받는 사람들도 많아서 문제가 많이 터져요. 막상 대출을 받았는데 만기일에 일부 상환도 못하고 연체해야하는 상황도 많이 맞딱뜨리고 있어요. 진짜 대출 상환 때문에 전화 돌릴 때면 지금 분위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피부에 와닿아요.
Q4. 그러면 은행원 일에 대한 너의 만족도는 어때?
대출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싫은 말을 할 때도 많고, 업무량이 상당해서 야근도 종종하기 때문에 일 강도가 상당한 편이에요. 그래도 일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여기서 더 분발해서 지점에서 본사로 이동하고 싶어요.
금융에 큰 뜻이 있다기보다는 좀 더 넓은 시야와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네요. 아무래도 지점에서 일하는거랑 본사에서 일하는거랑은 일의 밀도와 환경이 많이 다를 테니까요. 그리고 본사에서 좀 더 큰 시야로 일을 보게 되면 향후 커리어 개발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요즘 실적 관리에 좀 더 신경쓰고 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대학원 MBA 과정을 수료할 생각도 있어요. MBA 과정을 우수하게 수료하면 본사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질문은 다름 아닌 은행권 취업 관련이었다. 사기업 중에서 문과생들의 마지막 보루가 바로 은행권이다. 상경대학 졸업해서 은행권에 다니고 있고 3년 동안 실무를 담당했으니, 문과생 은행권 취업 준비생들에게 좀 더 유용한 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5. 지금 은행권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은행도 이제 디지털이 핵심이에요. 저처럼 경영대학 나오고 제무재표 공부하고 전산회계 자격증 따고 은행 영업직으로 취업했던건 정말 일반적이 루트인데 이게 완전 옛날일이에요. 요즘 은행 지점들도 하나 둘 없어지고 있잖아요. 디지털을 모르면 앞으로 은행 취업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만약 당장 디지털 관련 역량을 준비하기 힘들면 기업 금융이나 수출입, WM(Wealth Management)을 노려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가계 여신 관리자는 디지털 전환이 되면 숫자가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위에 세 분야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거에요.
자격증은 금융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좋지만 빅데이터 분석사나 SQL 같은 디지털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게 더 경쟁력 있을 거에요. 현장에서도 지금 디지털 관련 역량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만약 자격증으로 어필을 하고 싶으면 디지털 자격증과 관련 성과를 미리 갖추고 채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가장 예상외였던 점은 바로 디지털 역량이었다. 은행권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중요하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지만 실무자의 입에서 같은 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집 주변에 있던 은행 영업점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면서 통폐합되기 됐는데 그것이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이제야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더 디지털 역량은 중요해질 것이다. 마지막 보루였던 은행조차 이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해 지금이라도 디지털 역량을 키우거나, 또 다른 자기만의 무기를 만드는게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문과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만남 겸 인터뷰가 끝났다. 요즘 한국 은행권은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식으로 일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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