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정의 시작
한국에서의 한 달 휴가 중 캐나다 이민국에 취업 비자(Work Permit)를 신청했다. 캐나다에서는 외국인이 전문대(College)나 대학교(University) 정규 과정을 졸업하면 해당 연수에 맞게 최대 3년까지 취업비자를 발급해준다. 예를 들면, 1년 과정을 졸업했으면 취업 비자 1년, 2년 과정을 졸업했으면 최소 2년 ~ 최대 3년, 그리고 3년 이상 과정을 졸업했다면 3년 취업 비자가 발급된다. 나의 경우에는 어학연수 과정 1년과 정규 과정 1년을 졸업했는데, 이 두 과정을 모두 합쳐서 2년 과정으로 인정이 되어 캐나다 이민국에서 3년 취업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도시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이번엔 캐나다 대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캐나다의 경제적/문화적 수도인,
토론토로 떠나기로 했다.
광복절이 지난 8월 중순에 다시 한국을 떠나 캐나다 토론토로 입국을 하였다. 이번엔 처음 입국했을 때와 달리 입국심사와 이민국 심사 모두 여유롭게 통과했다. 이민국에는 내 취업비자가 제대로 발급이 되었고 친구네 집으로 제대로 배송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들렀다. 토론토에서는 룸 렌트를 구해서 살기로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사진으로만 결정하기보다는 직접 집을 방문한 후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토론토 입국하기 전, '캐스모'라는 토론토 커뮤니티 다음 카페에서 미리 일주일 정도 머무를 민박을 예약했었다.
토론토는 다운타운, 미드타운, 업타운 이렇게 3가지 구역으로 나뉘는데, 내가 민박을 구한 노스 요크(North York) 지역은 업타운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토론토에도 당연히 한인타운이 있는데 하나는 '크리스티(Christie) 다운타운', 또 하나는 '핀치(Finch) 업타운' 쪽에 있다. 약 2년 동안 한국인 하나 없는 소도시에 살았던지라, 이번에는 한인타운에서 살아보고자 그 근처에 있는 매물 위주로 방을 알아보았다.
방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느낀 토론토의 첫인상은 확실히 소도시와는 다른 대도시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거였다. 사니아는 대중교통이 버스 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종류가 많지도 않고 배차간격도 긴 편이었다. 반면 토론토는 업타운에만 버스 종류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지하철이 있었다. 지하철의 존재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토론토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특히 나같이 차 없는 뚜벅이들에게 대중교통이 가깝고 많다는 게 너무나도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에 룸 렌트를 구할 때 가장 큰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요소가 바로 대중교통 역세권이었다.
한인 타운에서 거주할 것이기 때문에 캐스모에 올라와있는 매물을 위주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사니아와는 다른 게 토론토의 집값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사니아에서 내가 살았던 룸 렌트는 하우스 1층 방이었는데 월세가 약 420 달러였다. 하지만 토론토에는 같은 조건의 방을 렌트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700 달러를 매달 월세로 지불해야 한다. 반지하 방을 알아봤지만 대부분의 방이 600 달러를 요구했다. 그것도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만. 그때 내가 가진 돈은 부모님이 지원해준 2백만 원이 전부였다. 민박에서 한 달 넘게 머물 수는 없었기에 그나마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의 집이라면 방문을 해서 집주인과 얘기를 해보았다.
처음 방문한 집은 핀치 지하철 역 근처였고 반지하 방에 쌀을 제공해준다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월세가 500 달러밖에 안됐었다. 너무 궁금해서 바로 연락을 했고 괜찮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예치금(Deposit)과 함께 계약을 할 의사도 있었다. 그런데 방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크기는 크고 창문이 달려 있었지만, 조명도 약해서 너무 어두웠고 방 관리 자체가 안되어있는 방이었다. 그리고 난 한 끼는 무조건 집에서 먹을 생각이라 부엌 위생 상태도 중요했는데, 반지하 부엌도 관리가 너무 안되어있었다. 가격은 괜찮았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집은 다른 지하철 역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집 내부 자체는 매우 깨끗했다. 반지하 방이지만 조명도 매우 밝았고,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들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월세는 600 달러였다. 하지만 마트와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반지하에 총 6명이 사는데 너무 많은 사람과 공동생활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두 번째 집도 포기했다.
이렇게 집 구하는 게 어렵다 보니 도대체 언제쯤 집을 구할 수나 있을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러다가 캐스모에 눈에 띄는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핀치역 근처 반지하 월세 500달러 렌트합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5분도 되지 않아 게시글에 있는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했다. 그때가 밤 8시였는데 혹시나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해버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서 바로 행동에 취한 것이다. 다행히 집주인이 바로 전화를 받았고 원한다면 지금 바로 방문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마침 나도 핀치역 근처였기 때문에 바로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방문한 집은 너무나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방 크기는 비록 전에 살던 방만큼 작았지만 바닥과 벽이 모두 깔끔했고 조명도 밝았으며, 햇빛도 적당히 들어오고 총 4명이 사는 반지하 층이었다. 거기에 월세는 500 달러!!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이 정도 조건이면 매달 현금으로 월세를 내도 만족할 수 있었다. 예약금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주고 민박집 계약이 끝나는 날에 입주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타지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거주지이다. 거주지가 먼저 잘 해결돼야 그 이후의 일도 마음 편히 잘 풀리게 된다. 두 번의 집 방문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있었고 조금씩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이렇게 잘 해결되어 마음을 편하게 다잡을 수 있었고, 앞으로 있을 구직 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다.
정말 인생은 운과 타이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