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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첫 번째 도시를 떠나며

Goodbye, Sarnia

by 재다희

만족스러운 졸업식도 끝났고 친구들과 졸업 인사도 했으니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취업을 위해 도시를 옮기는 일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사니아는 소도시라 일자리 수가 너무나도 적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이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도시를 옮기기 전에 먼저 한국에 들어가서 한 달 동안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로 했고, 결정이 되자마자 신속하게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에게 사니아는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동시에 재미없고 지루하고 권태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내가 있던 자리를 정리하면서



아쉬움과 뿌듯함이 뒤섞인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동안 많이 정들었나 보다."


내가 그동안 많이 정들었나 보다. 사니아를 떠나기로 할 때 가족들이 나에게 해 준 말이다. 나는 잔정이 많은 스타일이다. 특히 오래 쓴 물건이나 오래 살았던 곳에 대한 정이 많은 편이다. 물건 하나를 그 정도 썼으면 이제 좀 버리라고 하는 말도 종종 듣기도 한다. 사니아는 내가 캐나다에서 1년 이상 정착한 첫 도시이다. 그러다 보니 사니아라는 이 도시도 자연스럽게 정이 많이 쌓이게 되었다.



나의 첫 캐나다 도시, 조용하면서 시골 도시 특유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도시, 그러면서 젊은 나에게는 그렇게 많은 기회가 없었던 도시.



막상 떠나려니 왜 이렇게 아쉬울까?


20170711_215400.jpg 두 번째 홈스테이 집에서 기른 강아지 테너

두 번째 홈스테이 집에 하숙할 때 집주인이 '테너'라는 조그마한 시츄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이때처럼 살면서 처음으로 강아지와 한 집에 살았는데 이 강아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나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꼬리를 살랑살랑하면서 엄청 쫓아다녔다.



내가 같이 놀아주려고 바닥에 앉으면 항상 내 다리 사이로 쏙 들어와 앉아서 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항상 내가 들어올 때가 되면 어떻게 알았는지 항상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냈다.



떠날 때가 되니 이 강아지가 제일 많이 생각났다. 강아지와 처음 같이 살아보는 나에게 매일매일 즐거움을 주었고, 사람들이 왜 강아지와 같이 사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잘 지내고 있겠지?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20180629_162031.jpg 룸 렌트로 살았던 방


사니아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방은 룸 렌트였는데 지금 아파트에서 사는 방에 비하면 정말 턱없이 작은 방이었다. 비교를 하자면 대략 지금 사는 방의 절반 정도 크기이다.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살면서 큰 방에서 살았던 적이 별로 없는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그 작은 방에서 버틸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월세가 420 달러 정도였는데 앞으로 이사할 토론토에서는 이 가격에 이런 방을 절대 구할 수가 없었다. 이 방과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룸메이트의 차를 빌려 타서 사니아를 떠났다.




"하나의 여정을 끝냈다는 것"


20180221_000756.jpg 맥주 한 잔과 함께하는 영어 공부


사니아에서의 첫 번째 여정이 끝나고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인생을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10대 시절의 인생 프로젝트가 있고, 20대 초반의 인생 프로젝트, 30대의 인생 프로젝트. 이렇게 여러 프로젝트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인생이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프로젝트의 막바지가 되면 후련함과 함께 아쉬움을 가장 많이 느낀다.



이번 캐나다 칼리지 생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아쉬운 감정이 많이 남았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20대 학생 생활의 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사실 이제부터가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토론토로 가서 해외취업이라는 프로젝트를 달성해내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캐나다는 인맥 네트워크가 취업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인맥이 전혀 없는 토론토로 가서, 어떤 기관의 도움 없이 혼자 해외취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타이밍이 작용해야 한다.



다행히 사니아에서 100장 넘게 영어 레쥬메를 돌리는 과정에서,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좀 더 수월하게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미리 몸소 체험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로 하는 일자리 취업을 위한 로드맵도 어느 정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로드맵을 세웠던 게 나중에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렇듯 항상 하나의 여정을 끝내면 아쉬움이 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여정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자신의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Good Bye,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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