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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학생의 삶을 마치는 순간

by 재다희

나는 캐나다에 오기 전에 대학교 4학년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마지막 학사 논문을 제출했을 때 나는 캐나다에 있었기 때문에, 학사 졸업식을 참여하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학사모와 학사복을 입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그리고 어느덧 캐나다에서 2년 동안의 칼리지 교육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끝내고 바로 캐나다로 와서 학생 생활을 해서 총 8년이 넘는 시간(군대 포함)을 대학생으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졸업식이라는 행사가 정말 뜻깊게 다가왔다.


20180609_135939.jpg 졸업식 세리머니








"Dean's Honor List?"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도 성적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행정학과로 입학해서 국제통상학과로 졸업했는데, 당시 학점을 3.9/4.5 정도로 유지했었다. 모범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공부 열심히 한다는 말도 곧잘 들었다. 성격상 책임감이 강하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헛으로 해내기는 너무나 싫었다. 그 성격은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도 똑같았다. 오히려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가 더 의욕이 불타올랐었다. 영어권 학교에서 내가 어느 정도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교직원 파업 영향으로 학사 일정이 크게 뒤로 미뤄져서 시험과 과제 모두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특히나 과제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첫 수업 이후 바로 과제를 내주시는 교수님들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과제와 시험들을 한꺼번에 상대하자니 체력 소모가 상당했었다. 하루라도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입에 안 댄 적이 없었다. 다행히 다른 친구들이 내가 공부하는걸 많이 도와줘서 우여곡절 끝에 과제를 모두 제출하고 시험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 덕인지 졸업식 때 학점이 3.5/4.0으로 기대보다 상당히 괜찮게 나왔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라도 안 나왔으면 뭔가 많이 억울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졸업장을 보니 학점 옆에 Dean's Honor List라고 적혀있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학점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상징적인 Award였다. 그 말을 듣고 무언가 가슴속에서부터 깊은 만족감이 솟구쳐 올랐다. 한국에서도 학점은 좋은 편이었지만 장학금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했고 4.0을 못 넘었다는 게 항상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런데 비록 상징적일지라도 캐나다에서 우수 학생이라는 Award를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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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의 캐나다 칼리지 생활이 나에게 준 것"


2년 간의 칼리지 생활은 전혀 잠잠하지도, 순탄치도 않았다. 공부에 알바에 팀 활동들을 모두 병행하느라 항상 시간이 부족했었고, 중간에 교직원 파업으로 인해 기약 없이 홀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룹 과제에서는 항상 리더를 맡아 비협조적인 팀원들 고의 몫까지 감당해내느라 마음고생도 많았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오히려 그렇게 어렵게 졸업을 해서 얻은 것이 더 많았다.




E-Sports 팀 활동과 그룹 과제 리더를 맡으면서 배운 리더십

영어권 대학에서 정규 과정을 졸업하면서 성장한 영어실력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세 가지야말로 내가 캐나다 칼리지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어려운 상황, 익숙하지 않은 상황, 불확실성이 가득 찬 상황을 마주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상황을 헤쳐 나오고 이겨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그 시기는 분명 끝나는 때가 있고, 그 시기를 극복한 후의 내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더 성장해져 있을 것이다.



졸업식도 끝났고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도시로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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