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이방원

<넷플릭스 드라마 '나의 나라' 후기>

by 재다희

<넷플릭스_스토리텔러 응모작>



20191126_094212_1481(0).jpg 출처 : JTBC '나의 나라' 홈페이지



저는 사극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도 삼국시대부터 시작해서 조선왕조 500년, 근현대사까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라 글로 된 책보다는 주로 만화로 된 책을 많이 읽었죠. 그 때는 영토가 가장 컸던 고구려의 역사가 제일 흥미로웠는데, 지금에 와서는 다른 시대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말선초


여말선초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죠. 불교에서 유교로 사상이 바뀌는 시기이고, 왕조가 바뀌고, 생활 양식도 바뀌는 그야말로 사회 전반적인 변화였습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사상가들과 혁명가들이 나왔는데 대표적으로 이색,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가 있습니다. 사회 격동기에 건국 초기인만큼 재야에 인재들도 넘쳐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제가 가장 주목하는 사람은 바로,


20191112_094615_6457.jpg 출처 : JTBC '나의 나라' 홈페이지



'이방원'입니다.


건국 1등 공신, 왕자의 난, 태종 이방원 등 이방원을 수식하는 단어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생을 산 사람이죠. 넷플릭스 드라마 '나의 나라'는 여말선초부터 시작해서 조선 건국 초 왕자의 난까지의 스토리를 구성한 드라마입니다.









"장혁의 이방원은 어떤 모습이었나?"


'나의 나라'에서 이방원은 배우 장혁이 연기했습니다. 여태까지 이방원을 연기한 배우들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용의 눈물'의 유동근, '정도전'의 안재모,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 '대왕세종'과 '장영실'의 김영철, '뿌리깊은 나무'의 백윤식. 모두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각자 자신만의 색깔로 이방원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이방원을 연기한 안재모와 유아인의 이방원도 아주 인상깊었죠. 안재모의 이방원이 철저한 야심가였다면, 유아인의 이방원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태종이 되는 것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죠. 그러던 중 '나의 나라' 장혁의 이방원을 봤습니다. 장혁의 이방원은 간단히 정의하자면,



인정받지 못한 채 버림받은 야심가


극 중에서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는 여태껏 다른 드라마에서 나온 관계들과 약간은 다릅니다. 보통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는 초반에는 애틋한 아버지와 아들 관계, 그리고 후반에는 권력에 의한 애증의 관계로 변하게 됩니다. '나의 나라'에서는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가 초반부터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 때부터 왕이 되어 권력을 쥐려는 야심가로 보여지고, 이방원은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지만 끝내는 버림받은 아들로 그려지죠.



이방원 이성계.jpg 출처 : JTBC '나의 나라' 홈페이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이방원은 결국 자신이 그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왕권을 차지하기로 결심하죠. 왕자의 난에서 승리함으로써 결국 권력을 틀어쥐지만 그 때까지의 과정이 다른 이방원과의 차이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병을 규합하고, 무기를 수집하면서 정변을 준비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 한 켠에는 아버지 이성계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자의 왕권 강화를 위해 자신을 죽이려는 이성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믿어보고자 찾아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자신을 또 이용하려는 이성계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성계를 향한 분노, 후회, 배신감, 쓸쓸함, 그리고 질려버린 마음이 가득찼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로 결심을 굳히죠.



이방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화도 회군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가족들을 몸소 피신시켰습니다. 아버지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포은 정몽주를 죽였고, 그 일은 평생의 후회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할 일이 다 끝나니 왕권을 위협하는 신하 남전 세력을 적당히 청소하는데 이용하고 죽이려고 합니다. 말 못 할 배신감과 억울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국정 철학은 명확합니다. 건국 초의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들은 모두 숙청할 뜻을 밝히죠. 그러면서 하는 대사가 일품인데,



왕이 신하의 피를 두려워하면, 그 피는 백성이 흘리게 된다.


미래의 태종이 제위 기간 동안 일궈낸 업적들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딱 맞는 대사이죠. 실제로 신하에게는 숙청까지 하면서 엄격한 모습을 보였어도,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군주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를 보면서도 얼마나 더 피를 보아야 자신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친어머니의 지방 앞에서 쓸쓸히 자조하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돋보이게 합니다.



왕이 되고자 하지만 그에 따른 고독함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요.




"이방원이 보여주는 리더의 모습"



이방원.jpg 출처 : JTBC '나의 나라' 홈페이지



이방원의 행적은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국정 안정과 발전을 위한 비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결정하는 결단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리더가 홀로 겪게 되는 고독함. 이러한 강렬하고 인상적인 인생 때문에 여말선초하면 이방원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자신이 비록 숙청으로 인해 역사에 오점을 남길지라도, 후대를 위해 안정된 국정을 물려줌으로써 나라의 더 큰 발전을 모색한 것이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태종의 업적들이 세종대왕에 비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방원을 보면서 요즘 같은 위기 속에서 리더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살 길을 보여주는 비전과, 결단력, 결과를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정에 국한되지 않고, 사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소규모 단체 등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나라가 바뀌는 혼란기에 나타난 이방원이라는 남자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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