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탈락하고 나서
며칠 전 브런치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었다. 실제로 이번 주에 2번의 다대일 면접을 보았고, 두 면접 모두 1시간 가까이 진행됐었다. 1시간 동안 면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면접을 보는 내내 긴장이 됐었고, 끝나고 나면 진이 빠져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 면접 모두 탈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웃는 날이 거의 없다.
뒤돌아보면 두 면접 모두 문제점은 있었다. 첫 면접이라 긴장했던 점, 대답을 깔끔하게 끊어내지 못한 점, 직무 파악을 꼼꼼하게 못한 점, 그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던 점 등등 면접에서 지원자가 보여주지 말아야할 점은 다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변명하자면 직무 분석과 회사 분석은 나름 꼼꼼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못한 곳에서 질문이 나오니 속수무책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좋은건 사실이다. 면접에서 두 번 탈락하고 나니 이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나 취업 못하면 어떡하지?
내 나이는 올해로 31살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왔으니 어쩔 수 없다해도 한국 남자 취준생이 신입으로 지원하기에는 많은 나이인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늦어도 신입사원 나이가 32살이 마지노선이라는데 그렇게 따지면 지금 나에게 남은 시간은 약 1년 정도인 것이다. 면접이 떨어지고 나서 조급함과 불안함이 가장 먼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취업 못하면 어떡하지? 내 나이는 곧 32살인데...
집에서 이렇게 부모님 눈치 계속 보기도 힘든데...
사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취업을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 때는 취업을 못하더라도 다른 능력을 키워서라도 프리랜서로 살아남고 말겠다라는 마인드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난 취업을 하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는, 한 명의 나이먹은 취준생이 되었다. 내가 귀국을 한 것이 잘못인지, 아니면 캐나다에 갔던 것이 잘못인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매일매일 곰곰히 생각한다.
분명 후회없이 살고자 했던 선택인데, 난 뭐가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됀걸까?
자기소개서를 쓰는 순간에도 계속 생각나는 것은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보았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사람들과 대화하기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누군가의 멘토가 되는 것
영어 공부(미드나 영화)
글쓰기
이 정도이다. 이 점들을 다 정리해놓고 보니 딱 든 생각은 영어 강사와 영어 번역가였다. 확실히 두 직업 모두 나에게 매력적이긴 하다. 대학교 시절 영어 스피치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는데, 여기서 약 2년에서 3년 동안 동아리원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했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풋풋하다.
하지만 그러면서 든 다른 생각은 내가 정말 저걸 잘 할 수 있을까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짜 영어 강의를 해본 적이 없기에 너무 망설여진다. 번역도 전문적으로 시작해본적도 없기에 망설여진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자꾸 눈에 밟힌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직을 해야 부모님도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당당하게 저런 것을 얘기하지 못하겠다.
오늘도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쓴다. 사실 좋은 글만 올리고 싶었는데, 긍정적인 글만 올리고 싶었는데, 글을 쓰는 순간에도 너무 마음이 복잡하다. 어떤 길을 가야할까... 내 나이 31살, 서른 즈음에 느끼고 있는 이 마음과 생각들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그래도 우리 다들 힘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