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망치는 그들의 운영 방식
나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한다. 처음 발매된 2016년부터 계속 플레이 해왔으니 어느새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게임을 즐겨온 것이다. 그리고 이 오버워치를 운영하는 회사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Activision Blizzard Entertainment)'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로 너무나도 유명한 게임 회사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회사의 운영 방식을 보면, 사업을 하지 않는 나로서도 어떻게 운영을 하면 사업을 망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다. 특히나 오버워치 운영 방식을 보면 다른 게임보다 더욱 그 점이 돋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사업을 망하게 하는지 블리자드 오버워치 팀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보도록 하자. 그리고 미래에 사업을 꿈꾸거나 혹은 현재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이 점들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이번 블리즈컨 2021에서 오버워치 유저(이하 소비자)들이 기대한 것은 당연 오버워치 2에 대한 정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그 정보는 오버워치 2의 출시 예정일, 만약 올해 출시가 안된다면 그 이유, 현재 서비스 중인 오버워치 1에 대한 콘텐츠 업데이트 정보 등등이다. 하지만 오버워치 운영진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와 니즈를 과감하게 걷어차버리고 오버워치 2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만을 제공했다. 새로운 시스템, 캐릭터 디자인, 게임 설정 방식 등등 지금 당장 안 알려줘도 되는 그런 정보들 말이다.
그런 정보들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하다.
도대체 저걸 왜 지금 알려주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저 통보식 소통이다. 애초에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혹시나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겠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은 유저인 소비자들이 영웅을 골라 플레이하는 FPS 게임이다. 즉, '퀄리티 있는 영웅'이라는 콘텐츠가 얼마나 잘 업데이트 되느냐가 생명인 게임인 것이다. 부차적으로 다양성 있는 게임 모드와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지시켜야 하고 타 게임으로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오버워치는 그동안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비판받아왔고, 심지어 2020년 3월 이후 영웅 콘텐츠 업데이트가 아예 없었다. 거의 오버워치 1은 버림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손을 놓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이번 2021년에는 새로운게 나올 것이라는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블리즈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그저 저런 단편적인 정보들일 뿐 출시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리고 오버워치 1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올해 오버워치 2가 출시가 안 될 수 있다. 코로나가 터지고 전 세계 모든 비지니스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알고 있다.
그러면 최소한 그 이유(Why)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하다 못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운영진은 현재 유저들이 오버워치 1과 2의 업데이트 일정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회사 내부 사정이 이러저러 해서(Why) 연내 오버워치 2 출시는 어려울 것 같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고 있는 유저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다. 그 대신,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오버워치 1과 2에 대한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렇게만 해줘도 적어도 소비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 납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버워치 운영진이 선택한 방식은 그저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들 봐주세요! 장난 아니죠?!"인 것이다. 정말 소비자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도 안 알려주고, 자기네들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통보식 소통 방식'은 비지니스에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버워치 1은 현재 2020년 3월부터 거의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다. 중간에 잠깐 새로운 맵이 추가되고, 영웅 밸런스 패치, 새로운 스킨 등의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게임을 발전시킬 정도로 중요한 콘텐츠 업데이트는 아니므로 논외로 하겠다. 현재 대부분의 개발 인력들이 오버워치 2에 투입되어 있으므로, 개발이 느릴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물이 고여도 너무 고여간다는 것이 문제다.
새로운 맵은 2019년 업데이트가 마지막이고, 새로운 영웅은 2020년이 마지막이다. 중간 중간에 이벤트나 감사제 등의 이벤트 시기에는 4년 동안 진행해왔던 '똑같은' 콘텐츠를 선보인다. 다시 말해, 발전 없이 회전문 마냥 똑같은 콘텐츠를 우려먹는 운영을 4년 동안 해왔다는 것이다. 이 무슨 돌려막기 식 운영이란 말인가.
신사업(오버워치 2)을 발굴하고 개발해내는 것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신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기존의 서비스(오버워치 1)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먼저 깔려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때문에 미약하나마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콘텐츠 개발을 통해 변화를 주면서, 현재 오버워치 1에 대한 (그나마 남아 있는)긍정적인 인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게임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노력이 곧 경쟁력 유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진은 오버워치 1에 대해 언제, 어떻게, 무엇을 개발할 지 한 마디도 없었으니, 과연 이렇게 고여가는 물에 계속 살고 싶은 소비자들이 있을까싶다. PC방 게임 점유율도 계속 하락하던데, 이렇게 발전이 없으면 앞으로 이탈하는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 같다.
소비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소비하는 서비스에 새로움과 변화, 발전을 추구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 고인 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오버워치 운영진에게 남아있는 기회는 단 하나 뿐이다. 신사업인 오버워치 2를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서 대박을 쳐야 한다. 진짜 저 마지막 기회에 팀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만약 대박을 친다면 오버워치의 가치는 다시 떡상할 것이고, 만약 그저 평범 수준이라면 혹은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애초에 운영을 제대로 하고, 소비자들과 소통을 꾸준히 해왔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자초한 일인 것을.
골수 소비자로서 도대체 어떤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지 궁금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영웅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영웅이 보여주는 그 사명감과 능력, 희생 정신을 통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단순히 캐릭터가 아니라 '영웅(Hero)'이라는 이름으로 등장을 했을 때 미친듯이 빠져들었고, 지금까지도 플레이를 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애착이 많았던 게임이기 때문에, 요즘 운영진들이 보여주는 행보에 실망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점은 만약 사업을 한다면 절대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을 통해 배운 삶의 인사이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