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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니제 Mar 25. 2019

바닥을 보이는 잔고

의문문은 "Do"가 문장 앞에 나와야 하는구나!

의문문과 평서문도 구분 못하는 영알못에게 영어수업은 너무나 값졌다.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확실한 목적이 생기자 나는 빠른속도로 영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움에 흥미가 생기자 욕심이 더 나기 시작했다. 팀장님께 스돔("Sparta Dormintory"의 약어, "영돔"으로 불리기도 함)에서 매일 2시간 씩 추가로 진행되는 스페샬 클래스 참석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아냈다. (뽕은 뽑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아내야한다.)


당시, 나는 센터돔 담당 스태프였기에 도보 15분 거리의 영돔까지 가려면 무시무시한 뒷골목을 지나야 했다. 그래서 영돔으로 퇴근하는 Jack을 항상 따라다녔다. (Jack은 헬스트레이너 출신이라 같이 다니면 좀 덜 무섭다) 

오전, 오후 보다 저녁 수업이 가장 좋았다. 기숙사의 편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수업 도중에 이실장한테 끌려가 노동력 착취를 당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밤엔 펍과 클럽을 다니며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픽업 업무가 없는 주말엔 마닐라 구석구석 관광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매일 그렇게 재밌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도 한가지 찝찝한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난 여기 어학연수하러 온게 아닌데…

슬슬 떠날때가 되었나보다. 두 달간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행선지로 갈 항공권은 이미 발권해 두었다. 그러나 바닥을 보이는 잔고가 문제였다. 마닐라에서 지내는 동안 숙식은 해결이 되었지만,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여행다니면서 예상하지 못 했던 지출이 컸던 것이다. 물론, 돈이 없다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해외에서 돈을 벌어보기로 했다. (말이 쉽지, 돈을 벌고 싶다고 돈이 벌어지나ㅋㅋㅋ)


이력서를 지원하는 족족 퇴짜를 맞고 있던 중, 인도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는 아는 형님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회사를 검색해보니, 현재 기획실 인턴을 채용중이라는 공고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공고를 보자마자 "이 자리는 내꺼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물론, 서류와 면접들을 거치고 나서야 내 자리가 되겠지만, 왠지 다른 모집 공고를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뭔가 촉이 좋았다. 그러나 합격 아니 서류 통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고 험난한 에베레스트를 넘어야했다. 그것은 바로 '영어 상급 수준'이라는 자격요건이었다. 


평생 토익시험 한 번 본적이 없는 내게 영어 실력을 서류에서 증명해 내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그리고 설령 성적표가 있었다고 한들, 본투비 토종 영알못인 내가 높은 성적을 가지고 있었을리도 만무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도에서 일하고 있는 그 아는 형님에게 물어봤더니... 


여기 오는 애들 대부분 해외대 출신 아니면 토익 900대 후반이야

나름의 심혈을 기울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어학 성적표 하나 없었지만, 기지를 발휘해 어렵사리 서류를 통과했다.


어떻게 했을까?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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