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달리는 작은 워킹맘에게

그림책 『엄마 왜 안 와』

by 작은밭

며칠 전 아이에게 ”은호야 엄마, 회사에서 뭐 할 것 같아? “라고 호기심에 물어본 적이 있다. 매일 아침 엄마와 놀고 싶다고 애원하는 자신을 두고 ‘회사’에 가야 한다며 문을 나서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음,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은호 생각하는 그런 일!


아이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와다다 달려와 안기는 너에게 나는 늘 속삭여주었으니까. 오늘도 네 생각 많이 했다고 하루 종일 너무 보고 싶었다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


동료들을 도와주고 있어 조금 늦으니 기다려 달라는, 용감하게 너에게 가겠다는 엄마의 당당한 말과는 다르게 장면마다 엄마가 너무 조그맣게 그려져 있어서 웃음이 났다. 어느 장면에서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 찾아야 했을 정도.


그 작은 모습이 꼭 나 같았다. 11개월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밀어 넣듯 맡기고 복직했을 때, 직장인으로서도 엄마로서도 뭐 하나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매일매일 자꾸만 작아졌다. 애써 쌓아 올린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낯선 행성에 홀로 떨어진 외로운 복직자 하나.


열등감은 우월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했던가. 나를 괴롭힌 건 어쩌면 우월감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마땅히 쓸모 있는 인간이어야 하며, 나는 마땅히 중요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우월감. 그 우월감이 산산이 부서져 먼지 같이 흩날려 버린 날들,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그 날들 동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작아지고 또 작아진 그림책 속의 ‘엄마’는 힘차게 어둠 속을 달린다. 무기력함이나 외로움에 휩싸였던 하루는 뒤로 한 채.


그리고 마침내 온 세상을 품에 안는다. 무너지고 구겨졌던 엄마는 다시 충만해진다.


아무것도 없는 작은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온 세상을 가진 아이러니한 존재가 된다.


<엄마 왜 안 와>의 한 장면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깨닫는다.


결국 꽥꽥이도 곰도 양도 소중한 그들의 온 세상을 안기 위해 달리는 존재라는 것을. 아등바등 회사에 모인 우린 모두 그런 존재라는 것을.

<엄마 왜 안 와>의 뒷 표지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가 눈물로 마무리 한

<엄마 왜 안 와>, 고정순, 웅진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