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빨래만큼 우리는 애틋해졌기를

그림책 『매일, 살림』

by 작은밭

결혼을 하고 ‘살림’이 온전히 우리 두 사람의 몫이 되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빨래와 돌아서면 소복이 쌓여있는 먼지들. 싱크대는 또 어떤가. 돌아서면 설거지 또 돌아서면 설거지다. 신혼의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퇴근 후엔 살림을 쳐내기 바빴다.


두 사람이 사는 집의 살림이 손에 익을 때쯤, 우리는 세 사람이 되었고, “쉼 없이 어지르며 치울 줄 모르는 작은 인간이 있는 집의 살림”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것과 마주했다.



아무래도 ‘살림’은 ‘기 위한 몸부’의 준말임에 틀림없다. 공간을 정돈하고 가꾸는 일은 맞벌이 육아 부부에겐 거의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기에.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매일, 살림』을 꺼내든다. 나의 살림은 ‘격일 살림’ 혹은 ‘주 1회 살림’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살림> ㅣ출처 알라딘


『매일살림』에 담겨있는 집 안의 따뜻한 햇살, 모두 모인 식탁, 함께하는 청소.

우리에겐 주말에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매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장면. 이 그림책을 보며 집을 가꾸는 ‘숭고함’ 같은 걸 느꼈어야 했는데. 난데없이 ‘부러움’이 느껴진 건 왜일까. 나의 현실과의 괴리 때문일까.


매일 아침, 해도 뜨기 전 아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일어나면, 아이는 엄마가 사라진 침대의 공기를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벌떡 일어난다. 엄마가 사라질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는 출근을 한다. 남겨진 아이는 아빠와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내가 챙겨 놓은 옷을 입고 어린이집으로 향할 것이다. 해가진 후 뜨겁게 다시 만나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우리가 비운 집은 홀로 남는다. 마룻바닥에 햇빛이 가지런히 내려앉는 시간을, 집은 홀로 지켜낸다. 집은, 이 찬란한 빛을 우리가 함께 보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끝없이 늘어지던 햇빛이 작은 조각이 되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면, 우리는 차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함께 밤을 꺼낸다.


<매일, 살림> ㅣ출처 알라딘


빨래통에 한가득 쌓인 우리의 옷가지들을 보며 생각한다. 집 밖에서 우리가 보낸 시간이 저만큼 쌓였구나. 우리가 쌓아가는 고단한 시간이, 곧 우리의 삶을 가꾸는 일이라고, 쌓인 옷가지의 부피만큼 서로를 향한 애틋함도 깊어졌을 거라고. 그것이 우리를 그리고 아이의 삶을 끈끈하게 붙들어 줄 거라 믿는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빨래를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바짝 말려두어야겠다. 그리고 또 다음 한 주 동안 또다시 빨래통을 가득 채우며 살아내겠노라 다짐해 본다.




『매일살림』, 김지혜 지음, 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