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도 저쪽도 결국 전부 나였다!

그림책 『내가 정말 나일까?』

by 작은밭

주말 아침, 잠을 떨치지 못한 내 머리맡에서 혼자 히죽거리며 놀던 아이가 별안간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나는…! 엄마랑 놀고 싶은데! 으앙!”


조금 전까지 웃던 아이는 금세 서러워졌다가, 다시 신이 난다. 감정에 오롯이 온몸을 맡기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그래, 나도 저랬겠지.' 인간은 누구나 저리도 투명한 시절을 지나온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우고’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뒤엉킨 선‘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한다. 어떤 날은 점선이 되었다가, 곡선이었다가, 흐리멍덩이었다가, 또 네모였다가, 뾰족뾰족 가시가 되기도 한다. 내가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진 우고는 이렇게 물었을지 모른다.


이런 것도 나고, 저런 것도 나인가요? 내가 정말 나인가요?



이것은 우고의 질문이자 오랜 시간이어온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점선, 곡선, 뾰족한 선들을 능숙히 숨길 수 있는 어른이 된 나는, 숨겨진 것과 드러낸 것의 경계선이 짙어질수록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다 투명한 내 아이를 보며 깨닫는다. 아이의 웃음도 울음도 모두 아이 그 자체이듯, 경계선의 이쪽도 저쪽도 결국 모두 나라는 것을.



매일 자신 안의 ‘선’들을 마주했던 우고는, 어느 날 가족들의 ‘선’도 볼 수 있게 된다. ‘선’이 된 가족들과 식탁에 앉은 우고는 흡족한 미소를 띤다. 우고와 우고의 가족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저마다의 모양을 한 ‘선’이 있음을 짐작해 본다. 서로의 ‘점선’을 촘촘하게 이어주는 마음이, ‘구부러진 선’을 다정하게 당겨주는 손길이 우리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산책을 나선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앞장서 걷는다. 돌아갈 길을 가늠하며 걷다 적당한 때에 뒤돌아선다. 앞장섰던 그림자는 이제 내 발꿈치를 붙잡고 따라온다. 앞장선 나도, 뒤처진 나도, 길게 늘어진 나도, 어느새 작아진 나도 모두 나임을 떠올려본다.

해를 마주 본다. 조금 전에는 보지 못한 거리의 이면을 생경하게 바라보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정말 나일까?』 지은이 세르조 올리보티, 그림 줄리아 파스토리노, 옮긴이 엄혜숙ㅣ나무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