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만보 Apr 02. 2023

처음

이십 대의 처음과 삼십 대의 처음

 '처음은 항상 설레고 즐겁지!', 이십 대의 처음은 언제나 날 들뜨게 만들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일을 시작함으로써 파생될 시련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생각하지 않았다기보다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모두 첫 경험이었으니까.


 얼굴이 잘 생겼다는 점 하나만 보고 연애를 시작한 것. 워라밸을 찾아 호주로 인턴십을 떠난 것.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해외영업을 첫 업으로 삼은 것 등 여러 번의 설레는 첫 경험들을 통해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서른이 돼서야 처음이라는 단어에서 '미숙함', '불완전함'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될 수 있는 연인을 만나는 데 있어서 외적인 매력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성숙도임을. 돈을 잘 벌고 여가시간이 보장된 삶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님을. 일 잘하는 해외영업 사원은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거나 특출한 친화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바이어와의 줄다리기에서 비용은 최소화하고 회사의 이익은 극대화하는 결과치를 낼 수 있는 셈이 빠른 전략가 재질이어야 함을.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다.


 서른이 되어서야 처음에서 끝을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어린 날, 좌충우돌하며 겪은 실패와 예상치 못한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아 올린 경험치를 바탕으로 조금은 더 계획적으로 처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니 삼십 대에 겪을 처음들이 기대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일의 과정과 마무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앞으로의 처음은 그 끝에 도달했을 때 과거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다시 설렌다. 결국 삼십 대가 된 나에게 처음은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아닌 또 다른 '설렘'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