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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보 Apr 03. 2023

서른이 돼서야 독립한 내가 꿈꿨던 집

 사람, 요리, 커피를 좋아하는 나의 집은 따뜻한 분위기의 비스트로(Bistro)가 될 예정이다. 조도가 낮은 등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향이 좋은 달달한 콥게 포트와인을 웰컴 드링크로 내놓고 싶다. 결혼 전까지 독립해서 살 예정인 내 집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그들과 맘 편히 킥킥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처음으로 독립했던 전세방은 오래된 민박집 같은 느낌이었다. 왕복 세 시간이 넘는 출퇴근 거리에 녹초가 돼서 헐레벌떡 구했던 인생 첫 자취방이었다. 누군가는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빛바랜 벽지 때문에 정을 못 붙였다. 마음 같아서는 화이트 벽지로 도배하고 싶었지만 전세방에 돈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워 그냥 살았다. 단돈 몇십만 원이 아까워 취향을 포기하고 사니 자연스럽게 주말에 밖으로만 돌았다. 


 앞으로 구할 집은 피곤한 몸을 누이기 위한 공간을 뛰어넘어 나만의 라이프스타일로 흠뻑 적신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그렇게 밖순이가 집순이가 되는 기적을 경험하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독립을 위해 디테일하게 그리는 그림이 있다. 주말 오전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산미가 강한 케냐 원두 드립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거다. 거실에는 내 키만큼 큰 커피나무 다섯 그루가 짙은 녹 빛을 띠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줄 것이다. 주방은 와인을 마실 때 켜놓을 노란빛이 감도는 조명으로 채우고 싶다. 가족, 친구 그리고 애인이 방문한다면 해주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적어 메뉴판으로 만들어 놓을 예정이다. 침실은 암막 커튼으로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더블 사이즈의 침대를 구매해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만 목적을 두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다. 


 내년 하반기에 독립할 집 또한 전세로 계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사치를 부려 내 취향 냄새가 폴폴 나는 공간으로 꾸며놓고 추억거리가 생길 때마다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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