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엄마 집에 갔습니다. 어릴 적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릴 때 저는 지금보다 머리카락의 곱슬거림이 심했습니다. 엄마는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생머리인데, 나는 왜 곱슬거리지? 머리가 꼬불꼬불거리면 그게 참 촌스럽고 안 예뻐 보여 주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굴도 새카맸거든요. 한국 사람은 하얀 피부가 예쁘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어릴 때 반곱슬머리카락도, 까만 피부도 싫었습니다. 예쁘다는 소리 한 번 못 듣고 자랐던 것 같아요.
커서도 딱히 달라진 건 없었죠.
타고난 곱슬머리와 까만 피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다 또래의 학교 친구들을 벗어나고, 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게 됩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게 다양한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예쁘다, 머리가 작다, 다리가 길다, 코가 오똑하다, 몸이 예쁘다’ 등 다양한 칭찬을 들으며 내가 정말 그런가 한참 거울을 바라본 날들이 떠오르네요. 믿을 수 없었거든요.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것처럼.
칭찬은 자신감을 만들어줍니다. 나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긍정적인 힘을 만들어주지요.
사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쌓이자,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칭찬의 힘으로부터 시작된 걸까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된 자기 검열. 코르셋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배신과 쓰라린 상처 속에서 목놓아 울던 날도 스쳐가네요.
다행히 지금은, 제가 좋습니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고, 잘난 것도 없는, 어쩌면 모난 돌처럼 느껴지는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외적인 칭찬보단 삶의 과정 속에서 실수해도, 비틀거려도,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지치면 잠시 쉴 수 있도록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처럼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나를 올곧게 바라보고 안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운명의 여신이 변덕을 부려 언제 심술을 낼까 조마조마한 마음 역시 한편에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앞을 향해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서,
뾰족뾰족하기보단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으로 말이에요.
Happy New Year!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