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생일입니다.
아이의 생일 일주일 전 동네의 맛있는 떡집에 백설기, 수수팥떡, 꿀떡 등 세 가지 떡을 주문합니다. 생일날 아침 일찍 갓 쪄낸 떡이 배달되면, 흰쌀밥, 미역국과 함께 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떡은 이웃과 나눠 먹습니다. 특별한 믿음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수수팥떡이 나쁜 일을 물리쳐주고, 백설기는 아이의 건강을 빌어준다는 이야기가 좋아서 매년 하고 있어요.
떡은 일회용 접시에 담아 나눠 드리고는 했는데, 올해는 도시락 용기에 담기로 했어요. 요샌 도시락 용기가 예쁘게 잘 나오더라고요. 집 근처에서 구입하기도 쉽고요. 일회용 도시락 용기와 유산지컵, 일회용 포크, 포장용 면끈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도시락 뚜껑에 붙일 견출지도요. 아날로그 인간인 저는 스티커 제작 주문이 번거로워, 생일 당사자가 견출지에 안내문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 붙이면 어떨까 제안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딸아이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떡은 백설기를 25개 맞췄습니다. 25개의 견출지에 안내 문구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자신의 생일이라고 신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딸은 열 개 정도 쓰고 나자 심드렁해집니다. 엄마가 글씨를 대신 써주면 안 되냐고 묻길래, 직접 해야 의미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들은 생일떡을 이웃에게 직접 배달 가곤 했는데, 학교를 지각할 수는 없기에 올해부턴 떡 배달이 제 몫이 되었거든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저는 미역국 끓일 준비를 합니다.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맛있기에, 전날 밤 미리 준비해둡니다.
아이의 생일에는 아침, 저녁으로 가족이 모두 모여 생일 축하를 합니다. 아침엔 백설기 위에 초를 하나 꽂아 간단하게 축하하고, 저녁엔 가족이 모두 모여 예쁜 케이크를 두고 축하하고 생일선물까지 전달해야 생일 이벤트는 끝이 납니다.
참으로 번거롭습니다.
생일이 뭐라고 이렇게 야단법석일까요. 떡을 담은 도시락 용기에 리본을 두르면서, 요새 사람들은 이런 걸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떡을 전달할 이웃들을 떠올리며 직접 찾아가 인사 나눌 생각을 하니 어색하기도 하고요. 별 거 아닌데도, 긴장되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복작복작 아침 생일 축하가 끝났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봐 주시는 보안관 선생님께 드릴 떡을 챙겨 등교 준비를 하던 딸아이가 주방에 있는 제게 다가옵니다.
- 엄마, 안아도 돼요? 엄마가 너무 좋아서, 한 번 안고 가고 싶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허리를 꼭 부둥켜안은 딸아이가 귀여워 마음이 간지러워집니다. 아이에겐 이런 소란스러움이 어떤 색깔로 기억에 남게 될까요. 부디 태어난 것이 기쁘고 따뜻하게 느껴지길 바라며, 저는 아이를 안고 아이의 정수리에 입을 맞춥니다.
고마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