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주영 Mar 28. 2023

낮은 곳에서도 봄을 알리는 꽃망울은 활짝 터진다

벚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걸었다.

봄 햇살 조각이 흐드러진 벚꽃의 아름다움에 빛을 더했다. 봄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의 웃음이 길가에 넘쳐났고, 사방이 반짝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벚나무는 키가 컸다. 거친 세월을 모두 이겨낸 나무의 몸통은 굵고 단단해 보였다. 키가 크고 화려한 벚꽃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이 나무는 이 자리에서 몇 년을 살았을까. 연분홍빛 벚꽃잎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내 작은 키로는 꽃잎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조금 올려다보고 있으니 고개가 아팠다. 며칠 지나면 꽃잎이 흩날리겠지. 꽃비가 내릴 때 다시 올 수 있을까.

 

도심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때때로 봄을 질투하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그랬을까. 눈이 시큰거려,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땅을 보고 걸었다. 바람은 차갑고, 햇볕은 뜨거웠다.


그러다 너를 보았다.

사람들의 발길 사이에서 뜨거운 햇살을 흠뻑 흡수하며 새초롬한 얼굴을 뽐내고 있는 너를 보았다. 언제부터 너는 그곳에 있었을까. 한참을 쪼그려 앉아 너를 바라보았다. 너의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생김새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풉 터졌다. 이름을 모르니,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하면서.      


나는 단박에 네가 좋아졌다.


봄까치꽃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