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혼했다.
친구 K는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태어나, 첫 번째 결혼을 백인 미국인과 했다. 두 아들을 낳고 안타깝게도 유방암으로 아내가 먼저 떠났다. 두 번째 결혼은 두 아이가 있는 필리핀계 여성과 하여, 네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15년 동안 결혼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K에게 메시지가 왔다. 평소와 같은 따스한 안부였지만, 이어 온 메시지에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친구 K의 필리핀계 아내 R은 22살에 필리핀에서 K를 만나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다.
R은 K를 만날 당시 이미 아이가 둘 있었다. 어떤 사연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지는 묻지 않았지만, R은 씩씩했고 발랄했다. R은 미국으로 건너와, 호텔 청소를 시작하더니, 청소 부서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등 자리를 잘 잡는 것처럼 보였다.
K와 R은 시간 나는 틈틈이 사람들을 만나 파티를 하고, 서로를 위한 선물을 하고, 전 세계로 여행을 다녔다. 네 명의 아이도 같은 집에서 살뜰히 잘 키웠다.
갑작스러운 이혼이었다고 한다.
R은 K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K는 너무 놀랐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아이들은 장성해, 각자의 직업을 찾아 미국의 집을 떠난 나머지, 집이 텅 빈 둥지처럼 느껴져, K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R은 조용히 사라졌다.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도 R의 소식은 찾을 수 없다.
나는 K에게 세세한 이야기를 묻진 않았다.
다만 요새 올라오는 K의 근황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게 된다.
K는 웃으며 사진을 찍지만, 혼자 있는 K는... 정말 괜찮을까.
사라진 R은 어딘가에서 자유로워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