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의 즐거움

by 전주영

일이 많았다. 몸은 하나인데, 벌여놓은 일은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다. 마감은 코앞이고 써놓은 글은 없는 데다, 저녁에 라이브 방송으로 세 시간을 들어야 하는 수업 준비하기도 빠듯하여 당최 틈이 없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혹은 외부에 나가 집을 비워서, 어제 저녁엔 큰 어린이가 요새 엄마 볼 시간이 없어 아쉽다는 푸념을 했다.


내가 그렇게나 할 일이 많았던가. 미안함도 잠시 일을 대충 하기는 싫어서 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제대로 말대꾸도 못해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찰나, 나와 집에 단둘이 있는 둘째 어린이의 심심함이 등 뒤로 느껴졌다. 이걸 어쩌면 좋나. 놀아주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티비를 보여주기는 싫고. 우리 집에선 아직 어린이들에게 휴대폰을 쥐여주지 않아서 게임도 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유흥이라고는 오로지 EBS 채널과 선정된 애니메이션(주로 지브리 혹은 픽사, 디즈니 등) 그리고 책 밖에 없는데, 이미 EBS는 시청했고…… 무엇으로 이 어린이의 무료함을 달래줄까.


앗 맞다 그러고 보니 아까 집에 들어오면서 방울토마토를 사 왔었지. 옳다구나. 이거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물에 담가놓은 방울토마토를 건져내며 둘째 어린이를 불렀다. “@@야, 이거 한 번 해볼래?”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둘째 어린이가 방에서 부리나케 나온다.


- 무슨 일이에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기대에 부푼 목소리가 귀엽다.


- 응, 토마토 꼭지 제거하는 일인데, @@가 엄마 도와줄 수 있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 네!!!


신나하는 어린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토마토를 건네주고 나는 거실의 책상에 앉아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맞은편, 어린이 책상에 앉아 토마토 꼭지 따는 작업을 하는 둘째 어린이의 혼잣말이 재밌다.


- 심심했는데 일이 생기니까 좋다

- 손을 많이 움직이면 머리에 좋다고 그랬어

- 아 다음엔 설거지도 하고 싶다~


어린이도 무언가 할 일이 생기면 즐거운 거구나. 토마토 꼭지를 제거하며 먹는 게 절반은 되는 것 같다. 토마토가 깨져서 한 알, 이건 체리처럼 보이니까 한 알, 이건 미니토마토니까 먹어봐야지 하며 갖가지 이유를 붙여 따는 와중 야무지게 먹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엔 절로 미소가 흐른다.

앞으로 작업할 땐 어린이들에게도 소일거리를 꼭 쥐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래저래 시간에 쫓기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 나날에 어린이들이 함께 해주어 고마움을 느낀다. 어린이의 손놀림에 콧노래가 더해져 어스름 내리는 저녁, 집안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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