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감정 2.

그리움

by 전주영

그날은 시장 가는 길이었다.

딸과 나는 준비를 마치고 저녁 찬거리를 사러 집을 나섰는데, 바깥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눈은 더 쏟아지면 쏟아졌지, 멈출 기세는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우산은 하나였고,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꼭 사고 싶은 찬거리가 있기도 했고, 나온 김에 겸사겸사 운동도 하고 싶었다. 우리는 평소보다 바짝 붙어 우산 속에 몸을 숨겼다.


딸아이와 둘이 걸을 때면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린다. 딸이 던지는 이야깃거리의 주제는 스펙터클하고 폭이 넓어 대충 응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공감도 가끔

해줘야 하고) 이 날도 딸아이의 대화 주제는 종잡을 수 없었다. 발리우드 영화처럼 대화하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현재 관심사와 교우 관계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다 치킨집을 지나는데...


- “엄마, 치킨집을 지날 때면 오빠가 생각나요.“

- “왜? 오빠가 치킨을 좋아하니까?“

- “네. 치킨 냄새를 맡으면 오빠가 생각나고, 과일을 보면 아빠가 생각나요. 그리고 와인을 보면 엄마가 생각나요.“


평소 큰아이와 자주 투닥거리면서도 자신의 오빠의 취향은 명확히 알고 있는 딸아이의 말이 너무 예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딸아이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 “그건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 그럴 거야.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기억하게 만들고, 그래서 그걸 마주하게 되면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거지.“


딸아이는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정말 살짝 끄덕이더니,


“엄마가... 엄마가 말이죠.“


딸은 말을 꺼내면서도 주저하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두려워하는 눈빛이랄까.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


- “음... 왜? 엄마가 하늘로 떠나면? 그런 상황을 생각한 거야?”


- ”네... 맞아요.“

- “엄마가 곁에 없으면, 일주일에 한 번은 소고기와 와인을 먹을 거예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테니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생각할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이 좋겠어요.“


나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 소리 내어 웃었다.

우선 타인이 바라볼 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소고기’와 ‘와인’으로 특정됐다는 것, 두 번째는 그 타인이 딸이라는 점, 세 번째는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딸아이가 나를 기억하며 치를 의식이,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 소고기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삶이 썩 나빠보이지 않아서 웃음이 났다.


나는 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엄마가 네 곁에 없더라도, 슬픔에 고착되지 않고, 그렇게 엄마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엄마를 그렇게 기억해주려고 해서 고마워.“


예기치 않은 이별을 강건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열 살 어린이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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