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엄마 목소리가 낮게 깔리네. 저건 조심해야 해. 엄마가 저렇게 목소리를 낮게 깔며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를 땐 내 앞발을 잡고 세운 다음 내 눈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혼내신단 말이야. 나가자. 아무렇지 않게.'
투투 후다닥 잔디가 깔린 중정에서 나온다.
' 나 불렀음? 왜? 왜 불렀어요? 나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뭐 먹을 거라도 주려는 거임?'
기대에 찬 모습으로 엄마 앞에 와 앉는 투투, 두 눈이 반짝거린다.
나 불렀음? 헤헤
" 아이고, 투투. 이게 뭐니? 기어이 인형을, 아니 이놈, 잔디도 뜯었네."
'음, 눈이 마주치면 안 돼. 최대한 얌전히 낮은 자세로 졸린 척 하자.'
"그래, 며칠 가나 했다. 너 자꾸 그러면 장난감 안 사줄 거야."
투투, 소파로 올라가 낮게 엎드린 채 거리를 두고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가날 쳐다보시는군. 같이 쳐다볼까. 근데 좀 부담스럽네. 외면할까. 난 엄마가 제일 좋은데... 저기... 엄마, 외람되지만 제가 사 달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엄마가 좋아서, 막 즐거워하시며 사 오신 거잖아요'
"투투야, 자꾸 물건 물어뜯을 거니? 물어뜯는 건 좋아. 근데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며칠 전에도 니 담요 물어 뜯고 먹어서 니 거시기가 온통 분홍색이었잖아."
'아, 분홍 담요. 나 아기 때 쓰던 거. 병원에서 수술했을 때 엄마가 그 담요로 나 덮어 줬잖아요. 그거 어딨어요? 나 그거 주세요. 담요! 담요! 담요가 아니면 간식을 달라. 담요!'
수술 후 저러고 다님. 투투가 좋아하는 담요
"거기 담요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안돼, 투투. 졸라도 안된다. 장난감 물어뜯어도 먹진 말아야지. 이빨 상하고 배 아파요. 너 젊어서 이빨 튼튼하다고 자랑하니?"
'네, 엄마, 나 이빨 튼튼해요. 이빨이 자꾸 근질거려요. 이빨이 튼튼하면 근질거리는 건가? 하루라도 무언가 물어뜯지 않으면 이빨에 가시가 돋을 거 같아요. 어, 이거 누가 한 말 같은데. 엄마가 그랬나. 아무튼, 자꾸 물어뜯고 싶어요. 엄마가 주신 인형에선 아빠가 드시던 음식 냄새가 나요. 그래서 물어뜯은 건데, 그러다 나도 모르게 조금 먹는 거뿐이에요. 개들은 다 그래요. 엄마, 좋은 냄새는 맛있는 냄새고 난 그걸 먹어요. 나도 모르게 먹어요. 그게 개예요. 내 이빨은 물어뜯으라고 이렇게 생긴 거예요. 이빨이 이렇게 생겨서 물어뜯는 건데, 개보고 물어뜯지 말라고 하시면 어쩌죠? '
'개들은 좋은 냄새를 맡으면 환장한다구요. 이를테면 할머니 신발 같은 거, 힝, 할머니 보고 싶다. 엄마 양말, 내 분홍 담요, 엄마랑 자주 노는 알록달록 밧줄에선 좋은 냄새가 나거든요. 좋은 냄새가 나면 나는 막 먹고 싶고 물어 뜯게 돼요. 내가 나에게 안돼, 할 시간이 없어요. 엄만 그게 돼요? 엄마가 좋아하는 치킨 앞에서 엄마는 엄마를 말릴 수 있어요? 헤헤, 엄마. 제 맘 아시죠? 그래도 엄마 손은 안 먹잖아요. 박스는 물어도 되지만 충전기랑 책은 안 먹잖아요. 그쵸? 나도 모르게 앙~물고 싶지만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려요. 특히 엄마 손에선 내가 좋아하는 모든 냄새가 다 나요. 엄마 손을 잘근잘근 물고 싶지만 아차, 하고 안 물어요. 엄마 손은 먹으면 안 되거든요. 엄마는 소중하니까요. 헤헤 '
잔디 뜯다 혼나면 인형을 물어뜯는다
"투투야, 이제 넌 어엿한 개가 됐어. 네 모습을 봐. 강아지가 아니라구. 이제 양말 물어가거나 담요 물어뜯는 건 안 할 나이 아니니?"
'갸우뚱갸우뚱 나이? 그게 뭐지? 먹는 건가? 헤헤, 공놀이해요. 야호, 신난다. 난 엄마랑 똥 누고 오면 너무 신나. 똥 누는 건 정말 중요하다구요. 기분이 좋아져요. 사람들은 그렇게 먹고 배출을 못하다니 안됐어요. 아, 쉿, 죄송~ 변비는 직립 인간만 있다면서요. 아, 쉿! 다시 죄송~~ 야호~~! 어쨌든 엄마, 아빠! 볼일도 봤으니 이제 놀아요. 어서 던져 주세요. 빨리!'
투투 우당탕탕 뛰어다니며 공을 물어다 떨어뜨린다.
" 투투! 안 되겠네. 우리 얘기 좀 하자."
" 투투, 너 큰일 났다. 엄마가 얘기 좀 하자고 하면 큰일 난 건데, 너 뭔 일 저질렀니? 헐~ 혼나야겠네. 인형마다 이렇게 망가뜨리면 뭐 갖고 놀 거니? "
'아, 아빠.... 진짜.... 하품이 나오려구 해. '
투투, 은근슬쩍 하품을 하며 꼬리가 슬쩍 내려간다. 갑자기 '왁왁'소리를 내며 거실을 폭주한다. 그러더니 물을 찹찹찹 먹고 다시 공을 물고 온다.
'엄마가 계속 그림만 그렸잖아요. 아빠랑 형아는 컴퓨터 앞에만 있고. 심심해. 놀아줘!!'
공놀이해요. 공을 뺏어 던져줘요! 제발! 아, 씬나!
"투투야, 솜 같은 거 먹으면 안 돼. 휴지도 먹으면 안 돼. 담요도 씹으면 안 돼. 잔디 뽑으면 안 돼. 비가 와서 못 나가. 심심해도 이해해야 돼. 이런 날도 있는 거야. 혼자 노는 법도 알아야 해. 엄마는 이제부터 투투 이야기를 쓸 거니까 얌전히 있어. 알았지?"
엄마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엄마 발을 쓱 핥고는 하~품한다.
'뭔 소린지... 엄마, (하~품) 그만하세요. 내가 발을 핥고 있잖아요. 이건 잔소리 그만하라는 뜻이에요. 아, 스트레스. (깽!) 간식 준다는 말도 아니고 기다리라는 말도 아니고~~~~ 안돼.~~~~~안돼~~~~~~안돼, 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내게 왱왱거리는 소리뿐이란 말이에요. 그럼 기분이 우울해져요.'
'아, 개의 삶이란 '안돼'뿐이구나. 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만 하면 졸리네. 아, 졸려. 생각이 많은 건 안 좋은 거야. 그러니 졸리지. 사람들은 자기네들끼리 막 물어뜯고 하드만. 왜 나만 갖고 그래. 나는 같은 개는 안 물어뜯어요. 물론 나쁜 개들도 있지만 걔네들은 교육을 못 받아서 그래요. 난 그저 신발이나 양말, 밧줄 같은 거나 물어뜯는 거지. 아, 졸려. 난 개예요. 근데 교육받은 인간들은 왜 그러지... 교육이 잘못됐나?? 개가 무슨 생각이냐. 음냐음냐~'
엄마가 신생아를 어쨌다는 끔찍한 얘기가 뉴스에 뜬다.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로 밀었던 사람은 과학자인데도 자꾸 사실 아닌 거짓 통계로 거짓말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