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장마철 지내기

투투 이야기

by Eli

연일 비가 내린다. 텃밭의 풀들은 미친 듯 자라고 하늘은 하루 종일 무거운 회색이다. 비가 뜸할 때 마당에 나가 풀을 뽑고 있으면 투투는 거실 창에 매달려 억울하다는 듯 낑낑대거나 짖어댄다.


'멍~ 엄마만 나가기야? 나도 나가고 싶어요. 멍~멍~'

"투투, 지금 비 와. 안돼요. 마당 풀은 비 올 때 뽑아야 잘 뽑힌다구~ "

'낑낑~끼잉~낑, 아르릉, 멍멍멍~'


아침, 저녁 배변을 위한 외출 말고는 산책을 못하고 있기에 좀이 쑤시나 보다. 벌써 3일 째다. 집안에 들어오니 웬일인지 얌전히 앉아 있는 투투. 보고 있자니 좀 짠하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시무룩 개무룩,심심한 투투

장마가 시작되면 특유의 기후로 사람들도 힘들지만 개들도 힘들다. 어떤 개들은 장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피부병에 걸리기도 하고 우울감 때문에 식이장애도 온다고 한다. 모든 것이 축축하고 눅눅해서 산책은 물론 목욕하기도 힘들다. 비를 맞아 덜컥 목욕을 시켰더니 여간해서 털이 잘 마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개들은 털을 잘 말려야 냄새도 안 나고 피부병도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털이 잘 젖는 장마철은 산책을 가기가 쉽지 않다.


보호자들 중엔 더러 개 우비를 입히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지만 그 또한 쉽진 않다. 사람도 우비를 입으면 더워 견디기 힘든데 개라고 안 그럴까. 다행히 비가 종일 내리는 건 아니라서 잠깐씩 그치는 틈을 타 짧은 산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투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냄새를 맡는다.


이 장마철을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노즈 워크 활동을 많이 시키라고 한다. 욕실 바닥에 있던 플라스틱 발판이 눈에 띄었다. 냉큼 잘라다 사은품으로 받은 일회용 행주를 길게 잘라 일일이 매달으니 노즈 워크 장난감이 되었다. 틈새마다 간식을 숨겨서 주었더니 엄청난 집중력으로 논다. 그러나 잠시 후 눈을 돌리니 집안이 엉망이다. 반나절 걸려 만든 노즈 워크 놀잇감이 처참하게 망가졌다. 행주천은 물론 긴 빨대 같은 플라스틱도 잘게 잘라져 알록달록 파편이 되어 뒹굴고 있다. 투투는 일 벌여놓고 입맛을 다시며 내 손에 코를 밀어 넣는다.


'엄마, 간식 더 주세요. 킁킁, 엄마 손에서 간식 냄새가 나. 킁킁킁'

"아이고, 투투야~~ 몇 시간 걸려 만든 걸 순식간에 분해를 했구나... 어이구~~ 이제 갖고 놀래?"


10분만에 절단 난 노즈워크.

잔뜩 저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데 투투는 놀잔다. 공을 물어오고 터그 놀이 하자며 또 다른 장난감을 물고 온다. 혀를 빼고 헤헤 거리며 천진하게 잔뜩 기대를 품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이럴 때의 투투가 좋다. 한없이 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투투를 보면 그저 웃음이 난다. 으르렁 거리며 한바탕 터그 놀이를 하더니 슬그머니 침대로 올라간다. 눈엔 졸음이 주렁주렁 달리고 제 몸을 이리저리 주물러도 아무 반응이 없다.


'맘껏 만지세요. 엄마니까 봐 줄게요. 형아는 아르 릉, 안돼. 아, 졸려. 엄마, 커튼 좀 쳐 주세요. 오는 날은 낮잠이지. 낮잠은 모름지기 커튼을 치고 자야 꿀맛이죠.'


확실히 비가 내리는 요즘 투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잔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앞으로 일주일은 더 비가 내릴 거라고 한다.


"투투, 내일쯤 택배가 올 거야. 엄마가 새로운 장난감이랑 간식을 주문했단다. 새 장난감과 간식으로 이 장마 좀 견뎌보자."

"멍!"



비가 또 오네, 잠이나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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