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는 이제 8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몸무게 9kg의 중형견이다. 보통 개들은 7개월이 되면 성견이 된 거라고 하니 투투도 이제 다 큰 것이다.
마지막 예방 접종을 위해 매달 방문하는 동물병원에 갔다. 접종은 마지막이었고 3개월치 진드기 약과 사상충 약을 함께 구매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투투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이라고 하셨다. 상냥하고 능숙한 간호사 선생님이 간식을 주며 투투의 주의를 돌리려 했는데 투투가 점잖게 간식을 거부하며 "으르릉"거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날 함부로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경고였다.
보통 개들은 진료대 위에 올라가면 겁을 먹고 간호사님이 주는 간식을 넙죽 받아먹는다는데 투투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투투의 환경 때문이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하신다. 개들의 성격은 타고나는데 투투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으로 태어난 거라는 얘기였다. 자칫 사납고 고집 센 개가 될 수 있으니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당부를 하셨다.
투투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이라는 말씀에 나는 완곡한 반론의 의미로 말 잘 듣고 영리하며 착하다고 하니 대부분 보호자들이 그렇게 착각한다고 했다. 투투가 내게 순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라 겁이 나 그런 것이 아닐까요? 했더니 그것이 예민한 성격이라고 하시며 그런 개들은 두려움 때문에 사고를 칠 수 있으니 예뻐만 하면 안 되고 단호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호한 교육이라.... 투투, 과외라도 받을래? 녀석을 보니 몸이 단단하게 굳어있고 병원문 앞에서부터 내려간 꼬리가 아직도 그대로다. 두려움이 많은 투투에게 뭘 더 단호하게 해야 할까. 두려움을 더 키우는 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문득 큰애가생각 나 픽 웃었다.
"저희 집에 예민한 놈 하나 더 있어요."
라고 하니
"무슨 종이예요?"
라고 물으신다. 혼자 실실 웃으며
" 스물아홉 살 아들이랍니다. 걘 무슨 종일까요?"
하니 선생님께서 "크크크" 하고 웃는다.
큰애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예민하고 적잖이 까탈스러운 사람이다. 이상하게 신학기에 접어들면 꼭 사고를 쳤다. 영특한 큰애를 아끼던 선생님들은 곤혹스러워하며 날 부르곤 했다. 성인이 된 이후 큰애의 방 정리를 하며 가구 배치를 바꿨는데 좋아할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마음대로 바꾸지 말라며 내게 화를 냈다. 불편한 배치라 해도 자신은 그게 익숙하니 편하다는 거였다. 그때는 잘 몰랐으나 나중에 알았다. 낯선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큰애는 보통 사람들이 개의치 않는 소음이나 큰 목소리를 싫어하고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것,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 무례함, 불특정 타인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언행들을 싫어한다. 오류가 있는 의견 등에 대해선 용서가 없다. 반면에 좋아하지 않는 일 예를 들어 분홍색 양말을 신어야할 때처럼 사전에 협의된 것이라면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 물론 큰애가 싫어하는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애는 보통의 경우를 조금 넘어선다.
상담을 통해 큰애는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그건 노력 -사실은 세상에 맞춰주는- 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타고난 것이어서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큰애는 매일 자신이 겪어야 하는 대중교통 이용, 공공장소와 학교 생활, 군대와 같은 환경 때문에 남들보다 힘들었고 또 그런 자신에 대한 세상의 몰이해로 외로워했다.군에 있을 때 그 애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때 시한폭탄 같던 큰애의 모습은 투투가 경고의 신호로 보내는 "으르렁" 이 아니었을까.
투투의 변화 - 2, 3, 4, 6, 8개월
투투를 바라본다. 너도 그런 거니? 투투. 어쩌다 생겨나 네가 선택하지 않은 너의 본성으로 좋든 싫든 세상에 던져져 너도 힘들고 두렵구나. 큰애와 투투가 오버랩되며 공연히 코끝이 찡해졌다.
"투투야. 내가 그런 애를 내 허영심으로 기숙형 학교에 보냈어.... "
"왜 참지 못하니?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좀 더 노력하면 안 되겠니? 하면 돼. 너무 유난하게 굴지 마.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하니. 사람은 함께 사는 거야. 너는 너무 까다로워서 피곤해 "
인간이 누굴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은 물론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을 큰애는 불신한다.나 또한 일정 부분 동의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박약한 경험에서 나온 통계에 기반한 것인데 우리는 쉽게 이해했다고 믿거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분노한다. 이것은 가족 안에서 더 주관적으로 해석되어 빈번하게 남들보다 더 상처를 주고받는다.
심심한 투투, 잠이나 잘까... 병원은 싫어....
투투, 큰 형도 그래. 우린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세상에 맞추라고 요구했어. 그게 미안해서 마음이 미어지는구나. 나는 너를 그대로 받아주고 싶어. 나의 무지함으로 너를 이해한다거나 하며 내 입맛에 맞추려 할까 두렵구나. 예민한 너는 이미 그것 자체로 다른 개들보다 힘들겠지. 그래서 늘 경계해야 하니 많이 피곤할 거야. 우리와 사는 동안만이라도 조금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널 이해하지 못해도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니 혼자 외로워하지 마. 너 그거 아니? 내가 너보다 좀 살아봐서 하는 말인데
산다는 건 갈대처럼 외롭고 온갖 바람에 자주 흔들려도 갈대는 해가 뜰 때 환하게 빛나고 노을이 질 때 가장 멋있는 풍경이 되드라. 우리 외로워도 흔들려도 환하게 웃자꾸나. 그 웃음이 결국 삶의 힘이란다.
개에 대해 아는 거라곤 단편적이고 대중적인 지식뿐인데 동물병원 선생님 말씀처럼 예뻐만 하면 안 되겠지. 필요하다면 단호한 교육도 해야겠지. 그러기 전에 나부터 공부해야겠지? 하지도 못하는 이해는 개에게나 주고 - 투투 미안 - 우리 서로 많이 사랑하면서 순하게 살자~.
뭐라 말하는지 아는 걸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한다. 간식을 주니 내 얼굴을 쓱 핥는 투투. 야, 간식만 먹지 말고 엄마가 멋진 말을 할 땐 좀 적어라. 오늘 아주 잘했어. Good boy. 투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