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30분. 투투가 침대에 발을 올려놓고 내 손을 핥기 시작한다. 눈이 마주치면 좋아라 입맛을 다신다. 즉 밥을 빨리 먹고 볼일을 보러 나가자는 것이다. 핸드폰 알람은 6시 55분인데 투투는 늘 알람을 앞지른다.
투투가 나를 깨우며 우리의 하루는 시작된다. 투투는 아침을 먹고 집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볼일을 본다. 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볼일을 마친 투투는 고집부리지 않고 휭하니 집으로 돌아온다. 투투는 물을 마시고 나는 정년 후 목공을 배우는 남편의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투투의 배웅을 받으며 남편이 출타하면 아들이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아들과 굿모닝 애정행각을 벌이는 투투. 아들마저 집을 나서면 싱크대가 그득하다.
식구들이 모두 나간 10시. 부엌을 정리한 후 나는 차 한 잔을 마시고 투투는 소고기가 붙어있는 개껌을 씹는다. "나갈까?" 하며 내가 모자를 쓰면 투투의 눈에 생기가 돈다. 벌떡 일어나 현관 앞에 가 앉는 투투. 요즘 산책은 주로 숲이다. 뱀이 무섭긴 하지만 오전 숲은 그늘이 져 있고 적당한 습기로 향이 좋아 산책하기에 좋다. 산책 중 다시 볼일을 보는 투투. 들어와 씻고 나면 11시 30분. 투투는 단잠을 자고 나는 책을 읽거나 투투 옆에서 한숨 붙이거나 하는 사이 오전이 간다.
산책 후 비몽사몽 졸린 투투. 찍지 마요. 졸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오랫동안 학원 강사로 일해 온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10시에 퇴근을 하면 내 볼일을 본 후 보통 새벽 1, 2시에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9시나 돼야 일어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힘들어도 일어나 밥 먹이고 학교에 보냈으나 돌볼 어린애도 없는 최근 몇 년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애들은 커서 번갈아 군대에 갔고 큰 아인 결혼 후 독립했으며 남편은 스스로 아침 식사를 챙겼기에 대부분 느긋하게 일어나 차 한잔을 마시고 식구들 저녁을 준비해 놓은 후 늦은 3시 출근과 10시 퇴근을 해 온 생활이 28년이다. 이런 내가 요즘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
투투는 나와 달리 일찍 일어난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신호를 보내다가 (때론 더 일찍 일어난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나를 깨우는 것이 6시 30분이다. 투투의 아침 루틴을 수행하고 남편의 도시락과 가족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아침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오랜만에 만나 하룻밤을 함께 지낸 친구가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나와 투투를 보며 개 덕분에 달라졌으니 그야말로 개과천선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그렇다고 웃었다.
수십 년을 올빼미로 살던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엔 쉽지 않아서 처음엔 머리가 띵하고 눈이 뻑뻑했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일찍 일어나고 12시를 넘기는 일 없이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투투는 나를 깨워 느티나무 아래서 볼 일을 보고 나는 느티나무에 가득 깃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볼일을 마친 투투는 느티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저도 나무를 올려다보며 킁킁거렸다.
투투를 키우기 위해선내 손을 움직여야 하고 귀찮아도 해야 하는 일이 요구된다.더 누워 자고 싶지만 일어나야 하며 밖으로 안으로 들락거리며 살펴야 한다. 투투를 예뻐한다는 것은 이 귀찮음을 넘어서야 한다는의미이다. 이 귀찮음을 넘어설 때 의외의 순수한 기쁨이 찾아온다.인간의 언어가 없어도 서로 통하며 마음을 알아채는기쁨을 맛본다. 투투와 나는 길어진 24시간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