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스케치 그리고 쓰다
왜 어반스케치였을까.
막연히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랐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소묘 수업이 있다고 했다. 선긋기만 한 달을 하더니 입체 도형을 그리고 모작을 하라고 했고 매일 지적을 받았다.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아니, 내가 미대에 갈 것도 아닌데..."
불평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소묘는 그만하고 수채화를 시작한다고 했다. A4에 인쇄된 그림을 보고 베끼라고 했다. 맘에 들지 않았다. 제대로 그리지 못할망정 실물이나 풍경을 보고 그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또 불만이 생겼다. '수채화 잘 그리면 소원이 없겠네'라는 책을 구입해서 하라는 대로 그려봤다. 재미있었다. 자치센터 소묘반을 그만두었다.
아이들의 인스타를 구경하다가 어반스케치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 눈이 크게 떠졌다. 오,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이거야, 싶었다. 열심히 어반 스케치를 검색해 인스타에 올라온 그림들을 보았다. 여행 스케치구나. 현장에서 슥슥 그리는. 부러웠다. 또 책을 검색했다. 가브리엘 캄파나리오라는 이름이 떴고 그의 책들을 샀다. 이 책들은 어반 드로잉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채색과 구도, 원근법과 투시, 구체적인 드로잉 팁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나는 이 작은 책들을 꽤 열심히 읽으며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컵과 필통, 휴지, 펜, 화병의 꽃과 주변 사람들이 스케치북에 담겼다.
틈나는 대로 낙서를 했지만 독학은 어려웠다. 그림이 너무 막연했다. 어반 드로잉을 배우고 싶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가까운 지역의 미술학원에선 강좌가 없지만 원하면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러나 수업료가 비쌌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울이었고 멀리 종로까지 두 달을 다녔는데 중간에 선생님이 아크릴화로 변경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그 후 얻어들은 정보를 따라가며 온라인과 유튜브 강좌를 알아보았고 몇 개의 강좌를 택해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다. 가브리엘 캄파나리오의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유튜브에 있었다. 고구마 줄기에서 고구마 딸려 나오듯 필요한 정보들이 그때그때 등장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그렸다. 기뻤다.
<데일리 드로잉( 임해호 글 그림)>은 주변 사물을 그리며 낙서에 눈을 뜨게 한 책이고 <창작 면허 프로젝트 (대니 그레고리)>는 그림일기를 쓸 수 있는 모티브가 되어 준 책이다. 나는 이 책들을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림을 베끼고 틈틈이 주변 사물들을 그렸다. 컨투어 드로잉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림을 풍부하게 하는 그림자에 눈을 떴다. 빛과 그림자만 포착해도 그림이 될 수 있다. 매일 사용하는 펜과 컵을 제대로 그리기도 힘들었지만 나는 잘못된 그림도 좋았다. 왜냐하면 그렸으니까. 그린다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다. 그리는 것과 더불어 틈틈이 그림 도구를 사 모으는 재미도 즐거웠다. 그림을 전공한 아들이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재료가 내게 있다고 말했다. 그림도 장비빨이다. 실력이 일천하니 장비라도 있어야지.
헌데 장비가 많으면 뭐 하나. 그림을 그릴수록 답답했다.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기본 실력이 없으니 그림이 될 리가 없었다.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무엇이 부족한지 금방 안다. 일정하게 정해진 커리큘럼을 찾았다. 무엇을 배우는지 알면 미리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온라인 클래스를 알게 되었고 펜과 연필 드로잉, 인체 드로잉과 채색 등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작품 감상은 보는 눈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내게 맞는 장르가 펜 드로잉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펜드로잉을 기초로 색연필과 수채로 채색을 하는 나만의 어반스케치를 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물었다.
"그림 어디서 배웠어요?"
" 저요? 내 그림 선생의 팔 할은 책과 유튜브입니다."
<군말 하나>
유투브? 유튜브? - 유튜브가 바른 표현이라고 합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