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가던 투투가 갑자기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나는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뛰어난 운동 감각으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는지 오른발 뒤꿈치가 욱신거렸다. 왜 그러니? 투투. 경계태세를 한 투투가 내 옆으로 바짝 붙는다. 낙엽이 가득 쌓인 수풀에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스르륵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가 쭈뼛하니 소름이 돋는다. 늦가을엔 뱀들이 햇볕을 찾아 길가로 나온다. 가을 뱀들은 독이 있고 특유의 보호색을 하고 있어 잘 살펴야 한다. 요즘처럼 낙엽이 많이 깔려있을 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차박차박 낙엽 밟는 소리를 내며 걷던 투투가 위를 올려다본다. 앗, 작은 축구공만 한 말벌집이 매달려 있다. 2, 3일 후면 커다란 축구공이 될 것이다. 등산객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이 산밤을 줍는다고 부쩍 많이들 다니는 곳인데 말벌집은 위험하다. 119에 신고해야 한다.
앞서 가던 투투가 문득 멈춰 선다. 그러더니 낮게 으르렁거린다. 어디서 왔을까. 황구 한 마리가 보호자 없이 수풀 속에서 나오다 투투를 발견하고 쳐다본다. 풀린 진돗개! 또 머리가 쭈뼛 선다. 어쩌지. 황구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두려움이 없는 모습이다. 큰일이다. 황급히 투투를 안아 올려 끌어안고 스틱을 겨누며 뒷걸음질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황구는 다시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식겁했다. 목줄도 없고 이름표도 없지만 생김새와 털 모양이 깨끗한 것이 어느 집에선가 키우는 개다. 풀린 수컷 개는 위험하다. 주의를 끌지 말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투투야, 눈치 없이 으르렁 대지 좀 마! 황구 같은 애는 조용히 보내야 된다구. 뱀에 말벌에 풀린 진돗개까지. 산책하기 힘드네. 너무 무섭다.
앞발로 무언가를 가지고 노는 투투. 뭐니? 윽~~ 등줄기에 빨간 줄이 있고 한 뼘이나 되는 큰 지네다. 뱀도 싫지만 지네는 더 싫다. 지네는 또 어디서 나온 것일까. 투투는 지네가 무섭지 않은가 보다. 더 가지고 놀겠다고 버티는 투투를 돌려세우고 다시 걷는다. 아침, 저녁 기온차가 커서 습기가 많다 보니 지네 같은 것들이 많이 출몰한다. 으~~ 오늘따라 왜들 그러니.
집으로 오는 도중 길에서 만난 분이 투투에게 말했다.
"어이구, 너는 복이 터졌구나.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엄마랑 산책도 하구."
"아, 네. 맞아요. ㅎㅎㅎ ^^;;"
에휴, 모르는 소리 마세요. 오늘 우리는 뱀과 말벌, 지네, 풀린 진돗개까지 만나 아주 식겁했다구요.
반려 동물과의 산책엔 위험한 것이 많다. 뱀이나 말벌 말고도 깨진 유리병이나 도자기 파편, 돌출된 못이나 철물 등 조심해야 한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조심해서 살펴보지만 언제나 투투가 더 빠르게 감지한다. 그러나 투투는 생물에 대해서만 감지가 빠르지 유리 조각이나 도자기 깨진 것들은 피할 줄 모른다. 그래서 투투와 함께 산책할 동안에는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
낙엽이 가득한 숲길
위험 요소가 주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산책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리는 매일 숲길을 걷는다. 투투와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계절을 원 없이 즐기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투투는 부쩍 성숙해진 거 같다. 덜 까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