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춥다!

투투 이야기

by Eli

아침 기온이 -9도에 육박한 아침, 투투가 나가자고 재촉한다. 소파에 올라가 창밖을 내다보던 투투는 현관 앞에 앉아 있는 것으로 확고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으~투투야, 나가기 싫어. 투투, 주위를 분주하게 오간다. 빨리 나갈 채비를 하라는 뜻이다. 이럴 때 눈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하다. 나가야만 한다. 투투의 눈을 피하다가 앗, 결국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투투야, 왜 엄마에게만 그러니. 형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서두르지 않는 내게 투투는 신경질적으로 깽, 하며 하품을 하곤 발로 내 팔을 벅벅 긁어댄다.

"알았다고. 그 대신 너 옷을 입어야 한다. 밖은 영하 9도야. 많이 추워. "

옷을 입혀놓으니 녀석 그대로 얼음이 된다.


옷을 입고 선 채로 망부석


ㅋㅋ 귀엽다. 이런,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걸. 그러나 투투는 옷이 싫다. 나가자고 문을 열어도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만 볼 뿐 걸음을 떼지 못한다. "투투야, 땡!" 해 주어도 꼼짝을 않더니 옷을 벗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안 되겠다. 결국 옷은 벗어버리고 집을 나섰다. 으~춥다. 바깥 기온은 생각보다 더 차다. 투투야, 안 추워?

헤헤 거리는 투투는 춥기는커녕 아주 신이 났다.


산길에 들어서니 녹지 않은 눈이 흩어져 있고 얕게 흐르던 개울물이 얼었다. 얼음을 처음 보는 투투는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다. 녀석이 추울까 봐 마음이 쓰인다. 얼음 맛을 보려는지 혀를 날름거린다. 문득 투투의 혀에 달라붙은 개울이 통째로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헉, 우리 투투 혀는 어찌 될까. 투투야, 얼음 핥으면 안 돼. '안돼.' 하는 말에 투투 움찔 물러서더니 한쪽 발을 살짝 들고 냄새를 맡는다. 발이 시린가? 신발을 신겨야 하나. 고민된다.


얼음 냄새를 맡는 투투


숲은 적막하다. 등산객도 뜸하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도 추워서 제집에 웅크리고 있나 보다. 조용한 산길엔 내 발자국 소리와 서서히 거칠어지는 숨소리만 들린다. 투투도 적막한 산속이 낯설은지 앞서지 않고 조용히 뒤따라 온다. 숲에 들어선 지 20여분이 지나자 등에 땀이 배인다. 더는 춥지 않다. 숲 속 공터가 나오자 투투가 뛰기 시작한다. 마음껏 뛰다가 땅을 파기도 하고 돌을 물어 오기도 하고 머리를 들고 눈은 반쯤 감은 채 햇빛을 바라보기도 한다. 숲 속에서 새가 나느라 푸드덕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낮게 엎드리며 으르렁 거리는 투투. 소리 난 곳을 한참 쳐다보더니 내게 뛰어온다.

"물 먹으러 가자."

이번엔 투투가 앞장을 선다. 추운 날씨와 달리 약수터 물은 따뜻하다.


나뭇잎에 커다란 물방울이 언 채로 맺혀있다

겨울철 개들의 산책은 체온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털 때문에 춥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건 오산이다. 개들은 추위에 노출되면 혈액이 심장 주변으로 몰리고 발끝이나 꼬리 끝과 같은 신체 말단에는 평소에 비해 적은 양의 혈액이 공급된다고 한다. 그래서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다. 특히 실내에서 생활하는 개들은 추위에 약하다. 산책할 때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입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투투처럼 옷을 싫어하는 경우, 옷이 다리를 감쌌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들은 머리와 다리를 내놓아야 한단다. 그래서 우비도 한사코 싫다고 했구나. 머리와 다리를 뺀 등과 목, 배를 가릴 수 있는 옷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옷을 새로 장만해야겠다.


겨울 산책도 주의할 것이 많구나. 눈이 오면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는데 개들에게 염화칼슘은 위험한 물질이다.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발바닥과 발톱 사이에 끼어 화상을 유발하고 피부가 벗겨지면서 상처가 생긴다. 아, 이런, 투투에게 신발을 신겨야 하나 어쩌나. 신발을 신기면 분명 걷지도 못하고 입으로 벗겨낼 게 뻔하다. 산책 후 따뜻한 물로 잘 씻기고 거부하지 않을 옷이나 잘 입혀야겠다. 투투야, 옷 색깔은 무엇으로 할까? 엄마가 봐 둔 것은 노랑과 빨강 그리고 카키색이야. 어떤 것이 좋을까. 산책 후 나른해진 투투가 졸고 있다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머리를 번쩍 든다. 제 이름은 어찌 알까.


추운 겨울이지만 매일 숲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운이다. 투투와 나는 매일 행운을 누린다. 해 넘어가기 전 햇빛이 거실 끝까지 길게 비친다. 따뜻하다. 그 안에서 투투는 졸고 나는 투투의 산책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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