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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an 04. 2023

동태탕과 알탕

어반 스케치 그리고 쓰다


나는 생선을 먹지 못했다. 고등어 때문이다. 고등어를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고 토사곽란을 일으킨다. 옆집에서 고등어 냄새가 풍겨와도 그랬다. 나중엔 고등어의 퍼런 비늘만 떠올려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었다. 고등어는 내게 최악이었다. 그 덕분에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더불어 먹지 못했다.


남편은 나와 반대로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아주 좋아한다. 생선회가 있다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간다. 그런 사람과 살다 보니 조금씩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고등어는 먹지 못하지만 삼치도 먹고 흰 살 생선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장족의 발전이다. 요즘동태탕 생각이 난다며 일부러 찾아가 먹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 옆동네인 팔당댐 근처에서 살았는데 그곳 지인들이 맛있고 정갈한 집밥이 있다며 소개해 준 곳이 오늘 그림의 식당이다.


동태 전문점이라고 쓰여서 처음엔 내가 먹을 것이 별로 없겠구나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주 메뉴인 동태탕과 알탕은 시원하고 깔끔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아주 맛있었다. 남편과 나는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일부러 들러 동태탕과 알탕, 또는 오징어 볶음과 미나리 전을 먹곤 한다. 때로 막걸리를 곁들일 때가 있는데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운전을 정한다. 하지만 승부에 상관없이 남편이 양보해서 막걸리는 대부분 내가 마신다.


가위바위보 하는 우리를 보고 주인장이 빙그레 웃곤 하는데 그녀는 그 음식처럼 깔끔한 인상을 지녔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며 갱년기 증상은 좀 나아졌냐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갱년기 얘기를 나눈 것이 3년쯤 되었는데, 혹시나 해서 갱년기가 왔느냐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얼굴을 들여다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홍조가 눈에 띤다. 많이 힘드냐 하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갱년기는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니 많이 힘들면 처방을 받아 약을 먹으라 조언을 해 주니 고맙다고 한다. 잘 먹었다며 뒤돌아 서는데 낮은 한숨이 들린다. 


여느 음식점과는 다르게 믿음이 가는 곳.

집밥보다 더 만족스러운 음식이 있는 집.

입구의 남천 나무가 예쁜 집.

사장님 갱년기는 좀 나아졌을까.

그녀의 갱년기가 얌전히 지나가길 바라며 이 그림을 그려본다.

 


동태 전문점 '바뎅이', 펜 드로잉에 수채, '바뎅이'는 팔당지역의 옛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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