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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씨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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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May 09. 2023

새들은 과연 자유로울까?

<윤씨 잡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 입장에서 보면 오늘이니 내일이니 시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전과 공전을 하는 지구의 얘기라는 겁니다.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서 말하곤 합니다.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어서 좋겠다고요. 제 인생에서든 하늘에서든 훨훨 날 수 없우리가 볼 때, 길도 없는 공중엔 오히려 사방으로 길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새들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과연 자유로울까요? 우리와 다르게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가는 걸까요? 먹이를 찾아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가는 그 모습을 자유롭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 아닐른지. 안전과 보호를 위해 무리를 이루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새들은 비행에서 이탈하는 약한 새들을 구제하않습니다. 자유로워 보이는 하늘에서도 약육강식의 먹이 사슬이 되거나 대기의 기후와 환경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새들의 비행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자유롭다기보다 치열한 또 다른 삶의 현장입니다.



by 푸른 소나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이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는해도, 는 이 문장이 필요한 인간입니다. 오늘의 실망과 불안을 접고 내일 새로 뜰 태양을 기준 삼아 날마다 새로 출발하기 위해서, 매일 꺾이는 무릎을 오늘 다시 세우기 위해서 매일 새로 뜨는 태양이 필요합니다. 새들의 비행 또한 새들의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에서 훨훨훨 깃을 치는 그 비행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비행을 보며 나의 비행 꿈꾸어야 하니까요. 내게도 한 번쯤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날아가는 비행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딜 가든 이 세상이겠지만 무지개 동산이 있다고 믿으며 훨훨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부분 인용, 황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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