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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l 14. 2023

굿 모닝, 엄마!

투투이야기


한쪽 다리가 뜨뜻하니 묵직한 바람에 잠이 깬다. 언제 왔는지 투투가 침대로 올라와 있다.


애틋하고 사랑이 담긴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며 꼬리를 천천히 흔든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져주니 꼬리가 더 빨리 움직인다. 그러더니 가까이 오고 싶은지 배로 기어 턱밑까지 와선 엄마의 팔과 턱을 핥는다. 엄마는 간지럽다 하고 투투는 계속 애정 공세를 펴고 아빠는 아침부터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하고.


굿 모닝! 엄마


오늘도 침대 모서리가 살짝 눌리는 감이 오더니 다리 한쪽이 묵직해진다. 투투의 체중은  12kg이다. 제법 무거워서 이제는 한쪽 팔로 안아 올릴 수가 없다. 날마다 아침이면 침대로 올라와 그윽하게 쳐다보며 인사하는 투투.


'굿 모닝, 엄마!'

"굿 모닝, 투투!"

"투투, 잘 잤쪄요?"

투투, 엄마 배에 턱을 괴고 꼬리를 살랑거린다.


엄마는 핸드폰을 들고 날씨를 확인한다.

"이런, 투투야, 종일 비 그림이구나."

투투, 귀가 팔랑거린다.

"오늘도 비가 내린대. 에휴, 오늘도 산책을 못하겠네."

산책이라는 단어에 또 귀가 쫑긋거리는 투투.

"어쨌든 나가 보자. 그냥 마당에다 볼일을 봐도 돼. 꼭 아래 길까지 갈 거 없어. 밖엔 비가 오고 있거든. 이렇게 부탁할게."


투투, 듣는 둥 마는 둥 나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나 두 귀를 바짝 눕힌 채 하니 현관으로 달려 나간다. 나가길 보채는 투투에게 우비를 입히려고 하요리조리 피하며 거부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만 오면 아예 볼일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비가 더 굵어지기 전에 나가야 하는데 거부하는 우비는 두고 그냥 나가기로 한다. 우비를 벗기니 녀석, 한 바퀴 휙 도는 몸이 가볍다. 엄마의 바람을 아는지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볼일을 보는 투투. 아무래도 투투가 내 말을 알아듣는 게야. 감탄하며 들어오니 아빠가 웃는다.


투투야, 걱정하지 마. 시간은 흐르고 날마다 내리는 비도 곧 그칠 날이 와. 그러면 맑고 높은 하늘과 바스락 소리가 나도록 건조해지는 가을이 올 거고 우린 다시 마음껏 폐를 열어놓고 산책 수 있어. 물론 비 냄새도 좋아. 너무 많은 비 때문에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좋을 텐데.... 곧 계절이 또 바뀔 거야. 자연이 괴로워하긴 하지만 아직은 계절이 순환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 숲에도 다시 가고 낙엽도 밟고 숲의 향기도 맡고 투투랑 엄마가 아하는 노란 산국화도 실컷 보자. 잦은 비에 산책도 못하는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은 사실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어..... 특히 너에겐....




우비는 싫어! 얼음


 볼일 보고 들어 왔어요. 헤헤, 아,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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