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아니라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휴일이면 게으름을 피우는 남편이 아침부터 부산했다. 처음으로 며느리와 함께 하는 추석 명절이기에 아들에게서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고 청소며 집을 단장하느라 종종걸음이었다. 나야 장은 보아 놓았으니 며늘 아이와 함께 오손도손 소꿉장난처럼 전 부치며 음식하면 되니 바쁠 것이 없는데 그는 부산했다. 들락날락 바쁘게 오가며 움직이더니 꽃을 꺾어왔다.(그는 누가 온다고 하면 LP판을 틀어놓거나 꽃을 꺾어 화병에 둔다.)

요즘 마당엔 금송화가 가득 피었고 마을 여기저기엔 눈가는 데마다 코스모스가 풍년이다. 남편이 내민 코스모스엔 뜻하지 않게 아들 내외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저도 놀라 펄쩍거리고 나도 놀라고. 나이를 먹긴 먹은 건지 이런 생물들이 이젠 옛날만큼 두렵진 않아 마당에 놓아주었다. 마당에 내려놓고 눈을 낮춰 보니 여러 마리가 보호색을 띤 채 잔디 속에 섞여있다.

잘 살아라. 안전하게.


꽃 같은 두 젊음이 햇살보다 환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린다.

오랜만에 꽃을 그리는 즐거움을 누렸다


코스모스 따라온 베짱이. 오늘은 꽃과 베짱이 둘 다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