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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서

색연필 그림일기 2

by Eli


비가 오고 햇살이 푸지더니 3년 된 매화나무가

제법 꽃을 피웠다. 황매실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씨알 굵은 매실을 기대하며 심었던 때도 햇살이 환한 봄날이었다. 어머니께 얻어 온 라일락도 심고 작약밭을 보리라 야심 차게 작약도 심었었다.


매화가 피는 걸 기다린 것일까. 매화가 피니 갑자기 라일락 잎이 돋고 작약이 쑤~욱 올라왔다. 혹시나 해서 뒷밭의 복숭아나무를 가 보니 새끼손톱만 한 꽃봉오리들이 잔뜩 맺혔다.


토종파도 얻어다 재작년 가을에 심었는데 손가락보다 굵게 나왔다. 시샘하던 눈이 잔뜩 내리고 어쩌나, 하며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니 훗, 까이꺼, 눈쯤이야, 하는 모습이었다. 의심하던 방풍나물은 진즉에 잎을 밀어내서 벌써 한 차례 잘라다 무쳐 먹었다. 투투 발길에 차여 반쯤 포기했던 부추도 씩씩하게 나오고 블루베리도 가지 끝이 빨갛게 새물이 올랐다. 잔디도 서서히 초록으로 번져가고 있다.


요즘 마당은 소리 없이 아주 분주하다. 새싹들은 나오느라 바쁘고 사람은 고것들을 들여다보느라 바쁘다. 우리 집 개 투투는 엄마 따라 덩달아 뒷밭과 마당을 오가며 그 짧은 다리로 붕붕 날아다닌다. 작은 운석이 떨어진 마냥 구덩이 여러 개를 밭에 파놓고 타박하는 엄마를 보곤 '헤헤 웃는다. 윤아무개 때문에 겨울이 너무 길었는데 드디어 봄이 와서 모두 신바람이 났다. 새 생명들의 신바람이 남쪽 산야에도, 새 역사를 시작할 온 국토에도 널리 널리 씩씩하고 장하게 퍼졌으면 좋겠다....




필사방 작가님들께 그려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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