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3일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나이 탓일까, 생활 습관 탓일까. 체중이 자꾸 늘더니 급기야 작년 겨울에 입었던 바지가 맞지 않는다. 옷은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여유 있게 입었는데 그런 옷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꽤 체중이 불었다는 얘기다. 당황스럽다. 눈 뜨면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수영장이 폐쇄되면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정이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로 이어졌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자 나는 자주 소파와 물아일체를 이루었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이 불어난 체중이다.


집에 놀러 온 선배가 전보다 홀쭉해진 자신을 보이며 운동화를 선물했다. 걷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광고를 단 신발이었다. "걷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고? 그걸 진짜 믿는 거야? " 라며 눈을 흘겼지만 내심으론 광고의 말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신발을 신었다. 그리곤 당장 운동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선배가 사 준 신발 - 한 사이즈 크게 골랐다

전화기에 운동 어플을 깔고 1시간쯤 되는 거리는 걸어 다녔다. 다시 찾아온 선배와 매일 바라보는 앞산에도 올랐다. 앞산은 초입의 숲과 달리 깊었고 적당히 험했으며 그 거리 또한 매우 알맞았다. 약 4Km가 넘는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한 지 3시간이 지나 산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삐걱거리는 몸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선배는 내가 해야 할 운동에 대해 열심히 거리를 계산해주고 어떻게 걷는 것이 효과적일지 일러 주고 돌아갔다. 그래, 매일 만보를 걸으리라.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걸으리라. 나는 호기롭게 작심을 했다.


선배와 산행을 한 다음 날, 어머니께 가서 하루 종일 김치를 담근 나는 그만 병이 나 버렸다. 사지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스스로 고문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다. 어쩌나. 나가 걸어야 하는데, 다리가 어기적 거리고 허리가 아팠다. 갈등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고맙게도 그냥 쉬라고 했다. 나는 다시 소파와 물아일체를 이루며 주저앉았다. 오늘만 쉬어야지, 하면서 날짜를 세어보니 작심 3일이다.


심리학 용어에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는 것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용어로 생각을 억제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많이 생각이 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금연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겐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담배를 필 수밖에 없고 그의 결심은 작심 3일이 되어 결심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기로 굳게 마음 먹는 순간 그것은 다른 금기를 불러오고 결국은 작심 3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작심 3일을 극복하려면 결심을 방해하는 환경을 개선하거나 자신만의 리듬과 패턴을 만들고 구체적이고 소소한 목표를 정해 즐거움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내가 매일 걷는 것이 생각대로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가 안 좋아서? 피곤이 쌓여서? 아니면 의지가 약해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작심 3일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걷기로 마음 먹은 이유를 인지하면 된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체중을 줄이기 위한것. 그런데 왜 실천이 되지 않을까. 무언가 잘 되지 않을 땐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들의 말처럼 환경을 개선하고 작은 목표를 만든 후 나만의 리듬과 패턴을 만드는 거다. 뇌과학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반복되는 행동이나 반복적으로 접하는 정보에 대해 중요하다고 인지하여 장기 기억에 저장한다고 한다. 습관을 고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뇌가 걷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 있도록 작심 3일을 반복하면 된다.


1. 만보를 걷는 것은 무리. 목표는 6000보

2. 체중 -5Kg 감량

3. 작년에 입은 바지가 다시 맞을 때까지.


" If you don`t act, nothing changes."

유감스럽게도 다이어트는 은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