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수확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다.

온 나라가 물난리로 흠뻑 젖었는데 텃밭 채소들은 이 와중에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쨍하니 햇볕이 나면 텃밭의 채소는 눈에 보이게 자란다.

봄 밭갈이 때만 거름을 주었는데

어쩜 이렇게 잘 자라는지. 비 그친 사이 틈을 타 그새 무성해진 풀을 뽑아 주다가 잠깐 땄는데 두 손이 넘친다.


토마토와 가지가 한창이다.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이사 온 지 이제 15년이 넘었다.

첫 해엔 텃밭 농사를 망쳤다. 동네 밭을 컨닝하여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작물을 사다가 심었으나 도통 크질 않았다. 앞 집 할머니네 밭은 질투가 날 정도로 쑥쑥 크는데 우리 집 밭은 도통 제자리다. 그렇다고 시들거나 죽는 것도 아니었다. 할머니께 여쭈니 김을 매주란다. 풀을 뽑아주라는 소리로 알고 열심히 풀을 뽑고 퇴근 후엔 물을 주었다.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 할머니는 비료를 주라고 한다. 질소비료를 사다가 깨소금 뿌리듯 뿌려주었다. 풀만 더 무성해졌다.


김을 맨다는 것이 풀을 뽑아 주는 건 물론이요, 적절히 솎아주거나 흙을 부드럽게 해 주어 물이 잘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비가 오거나 물을 주면 땅은 표면이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져서 물을 주거나 비료를 주어도 흡수되지 않고 고랑으로 흘러버린다. 해서 채소는 자라지 않고 풀만 무성 해지는 것이다.

또한 더운 한낮엔 물을 주지 않으며 비료는 정해진 시기에 2,3번 주고 열매가 달릴 주 가지 외의 곁가지는 따주어야 영양이 집중돼 잘 큰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근 7,8년이 되어서였다. 이렇게 텃밭 농사를 하려면 매일 잠깐씩이라도 밭을 살펴봐야 한다. 무심해도 농사는 망치고 과도하게 돌봐도 농사는 잘 되지 않는다.

농사는 자녀를 키우는 일과 참 비슷하다.

욕심껏 심지 않겠다고 했건만 세 식구에겐 벅찬 수확이다.


텃밭 채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