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나무 이파리가 백일 된 아기 발바닥만큼 크면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언젠가 이맘 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도토리나무 이파리가 백일 된 아기 발바닥만큼

클때까지 봄에 나는 것들은 다 먹어도 돼"

"아무 이파리나 다 먹을 수 있다고요?"

"그~러~엄~. 우리 어머니가 옛날에 알려주셨어.

'아가~ 도토리나무 이파리가 백일 된 아기 발바닥 만큼 클 때까진 다 먹어도 된단다' 하고.

우리 어머닌 나더러 늘 아가랬어."

"표현이 너무 예쁘네. 기억해 둬야지.

그럼 이것도 먹어요?"


나는 여기저기 잡풀로 돋은 개망초 순을 가리켰다.

(개망초 순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 그럼~ 그게 얼마나 달고 고소한데."

" 헐~ 진짜? 잡초 아냐?"

" 그거 개망초야. 여름 들판에 작은 마가렛같은 꽃 피잖니. 한웅큼 꽃병에 꽂아두면 예쁘잖아. 검정 천에 수 놓아도 얼마나 이쁜데. "

" 내가 아는 그거요?"

" ㅎㅎ 응. 그거. 꽃대 올라오면 맛없고 못 먹으니까 지금 부지런히 따 먹어. 안 그럼 여름에 성가셔."

" 몰랐어요. 나이 헛먹었어. 이런 것도 모르고."

"ㅎㅎ 요즘 사람들 대학 나와도 그런 거 몰라."

"그러게요......^^::"


어머니는 다래순이며 고비, 곤드레와 취, 참나물, 냉이와 달래 등을 더 일러주시며 좋아하셨다.


도토리나무잎이 백일 된 아기 발바닥보다 더 커지면 식물은 줄기가 굵어지고 억세지면서 열매를 맺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다. 필요에 따라 가시가 나고 털이 생기며 독을 품기도 한다. 잎들은 넓고 뻣뻣해져 광합성에 최적화되면서 생장을 하는데 그 경계가 '도토리 나뭇잎이 백일 된 아기 발바닥만 해질 때'인 것이다. 이 때가 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순들은 연하고 무해하여 식용으로 이롭게 쓰이는 것이다.


도토리 나뭇잎이 나기 시작했다. 곧 백일 된 아기 발바닥만큼 후딱 클 것이다. 겨울을 잘 견딘 곤드레와 취, 참나물과 부추도 새순을 디밀고 있다. 복숭아나무의 꽃잎이 떨어져 밭이 온통 핑크빛인데 여기저기 개망초 순들이 무성하다. 거름을 뿌리기 전에 두어 번 먹어야겠다. 바구니가 금방 채워졌다. 데쳐서 한 덩어리는 소금 간으로 한 덩어리는 고추장으로 무쳐 점심 상에 내니 아들이 무슨 나물이냐고 묻는다. 개망초 순이라며 일러주고 꽃을 보여주었더니 놀란다. 그리곤 아주 맛있다며 잘 먹는다.

모든 일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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